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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선 자민당 전 총리도 낙선 … 9선 의원은 28세 여성에 져

30일 일본 중의원 선거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들이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신종 플루 예방 마스크를 쓴 채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 오전 7시부터 전국 5만891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일본 중의원 선거는 새로운 기록과 이변의 연속이었다. 교도(共同)통신이 이날 오후 9시 현재 추산한 투표율은 69.52%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최대 투표율이던 2005년 67.51%를 넘어선 수치다.

일본의 투표율은 중선거구제를 실시했던 1996년 이전에는 67% 이상을 기록했지만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병립제가 도입된 이후 50%~6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교도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54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민주당 바람의 영향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거물들 줄줄이 낙선=자민당내 파벌을 이끄는 지역의 터줏대감들은 “역풍을 실감했다. 국민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아이치(愛知)9구에 출마한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78·16선) 전 총리의 낙선은 큰 충격이었다. 일본 현역 의원 중 최장인 29년간 의원을 지낸 가이후는 의사 출신인 민주당의 오카모토 미쓰노리(岡本充功·38)후보에게 패했다. 자민당의 전직 총리가 낙선한 건 1963년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 이후 처음이다. 1989~91년까지 총리를 지낸 가이후 전 총리는 외국인 지문날인제를 폐지한 인물이다. 그는 “아직 지역을 위해 할 일이 남았다”며 지지를 호소했으나 유권자들은 세대교체를 원했다.

자민당 내 야마자키(山崎)파와 마치무라(町村)파를 이끄는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전 부총재와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전 관방장관도 각각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방위청 장관과 당 간사장도 지냈던 야마자키는 북한 핵과 납치문제를 제기하며 “이 나라와 지역을 지키겠다.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으나 민주당 간부들이 전략적으로 이들 지역을 방문하면서 부활의 싹을 잘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고이즈미 칠드런’ 83명은 대부분 낙선했지만 그의 차남 신지로(進太郞·28)는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했다.

여야 최대 접전지로 관심을 모았던 도쿄 10구에서는 6선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57) 전 방위성이 에바타 다카코(江端貴子·50) 전 도쿄대 교수에게 무릎을 꿇었다. 두 후보는 또 정치 경륜과 민주당의 돌풍을 앞세워 박빙의 경쟁을 벌여왔다. 고이즈미의 대표적인 지지세력이었던 고이케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며 여성총리 후보로 각광을 받았다. 고이케를 꺾은 에바타 후보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입각 혹은 주요 당직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가사키(長崎)2구에서 자민당 총무회장까지 지낸 현역 9선의 규마 후미오(久間章生·69) 전 방위상을 꺾은 미녀자객 후쿠다 에리코(福田衣里子·28) 후보는 이날 최고의 스타가 됐다. 개표 직후인 오후 8시30분, 당선이 확실시된 후쿠다의 선거사무실에는 지지자와 취재진 100여 명이 몰려들어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후쿠다 후보는 지난해 혈액제제를 통한 대규모 간염 감염 문제와 관련해 자민당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명해졌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대행의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한 그는 “새로운 인물이 국민과 함께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1년 만에 총리직을 내던지며 자민당 몰락을 앞당겼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4구에서 가까스로 당선했다. 아베 총리는 “전 자민당 총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라는 특별한 폭풍이 불었다. 이 폭풍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마(群馬)4구와 이시카와(石川)2구에서 각각 민주당의 미녀자객을 상대로 고전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고전 끝에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후쿠다 전 총리는 “이번만큼 걱정하고 힘든 선거도 없었다”며 힘들었던 선거전을 돌아봤다. 후쿠다에게 패배한 미야케 유키코(三宅雪子·44) 민주당 후보는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았다. 과거 선거 때마다 다른 지역을 돌며 지원유세를 했던 후쿠다·모리 전 총리는 이번에는 민주당 미녀자객을 상대로 자기 지역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후문이다. TBS방송은 이날 밤 총선 개표 프로그램에서 “후쿠다 전 총리 패배”라는 자막을 속보로 타전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위도 이긴 투표율=통상 9월에 열리는 중의원 선거가 8월로 앞당겨진 것은 107년 만이다. 아소 다로 총리가 지난달 조기해산하고 8월 30일을 선거일로 정했을 때만 해도 혹서로 인해 후보자 및 선거 운동원들이 상당히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더위로 인해 투표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정권교체가 선거 이슈가 되면서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았다. 19∼28일 부재자 투표 참여율은 2005년 선거에 비해 약 1.6배 증가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서울=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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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