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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 “대기업, 금융위기 이후 다시 부각”

한때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말이 주목받았다. 1973년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E F 슈마허는 이런 제목의 경제비평서를 내기도 했다. 슈마허는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했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이래 200년 이상을 지배해온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그는 지역 노동과 자원을 이용하는 소규모 작업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90년대 이후 대기업은 비효율의 대명사로 몰렸다. 주주나 사회단체의 감시망은 촘촘해졌고, 벤처기업의 위세에 기가 꺾이기도 했다. 98년 말 임직원 수가 637명에 불과한 야후의 시가총액은 23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보잉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랬던 대기업이 요즘 다시 기를 펴고 있다(Big is back)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 호가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대기업의 장점이 다시 부각된 데에는 금융위기가 일조했다. 금융위기로 벤처캐피털 시장은 황폐화된 반면, ‘대마불사’ 논리에 밀려 정부는 씨티그룹이나 제너럴모터스(GM)에 구제금융을 투입해 살려냈다.

규제 완화 열풍이 시들해진 것도 원인이다. 엔론 사태 이후 기업의 회계부정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이 도입되는 등 회사 크기와 상관없이 규제 부담이 늘었다. 바이오 기업의 막대한 연구개발(R&D)비나 자원 기업의 시장 경쟁을 감안하면 몸집 큰 대기업이 유리하다. 부품·제품 공급업체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요즘엔 충분히 혁신적인 대기업도 많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자체 비디오 기술을 이용해 직원 간의 의사소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요한 것은 기업의 크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크다고 항상 나쁘고 작다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대기업과 소기업이 어우러지는 공생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잡지는 기업가와 정책당국자에게 두 가지 실수는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기업가는 아무 연관 없는 사업 분야에까지 문어발 확장을 하지 말고, 정책당국자는 대기업을 향한 본능적인 불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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