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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독립영화 만세] 3일 개봉하는 ‘고갈’ 쌍둥이 감독 김곡, 김선

‘고갈’을 잔혹극·호러라고 소개하는 김곡(右)·김선 감독. 팀명은 ‘곡사’. 곡할 곡(哭)에 죽을 사(死)다. "배급업자를 찾지 못해 형이 사장, 동생이 종업원, 달랑 두 명인 영화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만약 영화에서 달콤한 환상을 기대한다면 이들의 영화는 보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이들도 말한다. “그런 영화는 우리 말고도 많다.”

쌍둥이 감독 김곡·김선(31). 비타협영화집단 ‘곡사’라는 이름으로 작업하는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이다. 2000년 애니메이션 ‘이 사람을 보라’로 데뷔한 후 벌써 13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각각 철학(김곡)과 영문학(김선)을 전공한 이들은, 영화 속 무수한 철학적· 인문학적 인용으로 악명 아닌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반변증법’ ‘자본당선언’ 등을 통해 ‘개념의 시각화’를 시도하고, 기성 사회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틀기를 선보였다.

새 영화 ‘고갈’(9월 3일 개봉)은 종종 ‘가슴보다 머리로 영화를 만든다’는 평을 받곤 했던 이들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황폐하고 불안한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 대단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제목처럼, 극단적인 잔혹함과 불편함으로 관객을 ‘고갈’시키는 영화다. 2008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에 이어 2009 뉴욕 시라큐스영화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고갈’은 영화가 아니다. 영화폭탄이다”(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관습에 대항하는 호러”(뉴호라이즌 국제영화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황폐한 바닷가 공장지대, 매춘하는 여자(장리우)와 포주 남자(박지환)를 통해 권력·지배관계를 환기시키는 이 영화는 후반부에서 유례없는 수위의 극단적 표현을 불사한다. 신체훼손 등 잔혹함의 수준이 김기덕 영화에 비견되고도 남을 정도다. 처음 제한상영가판정을 받았던 영화는 극중 포르노 영화 속 수간 장면 등을 덜어내고 청소년관람불가로 선보인다.

‘고갈’은 “스케줄상의 이유로” 동생이 빠지고 형인 김곡 연출로 완성됐다. 실제 만난 이들은 영화와 달리 밝고 유쾌했다. 특유의 지적인 달변은 여전했지만 사춘기 소년처럼 키득대며 농담을 섞었다. 스스로를 “썰렁한 유머를 좋아하고, 돈이 없어서 결혼도 못했으며, 탄탄한 내러티브에 끌리는 할리우드 키드. 특히 데비이드 린치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영화가 꿈이라면 악몽의 주술사로 불리는 린치와 크로넨버그 말이다.

-‘화면에 비가 온다’는 말처럼, 거칠고 ‘썩은’ 느낌의 화면이 인상적이다.

“수퍼 8㎜ 필름으로 찍은 뒤 35㎜로 확대했다. 필름의 그레인(Grain·입자)이 도드라지면서 황폐한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여자의 공허를 드러내기에 백마디 대사보다 효과적이다. 불안이나 무의미는 대사만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말과 개념을 넘어서는 순수한 느낌, 이미지 자체이기 때문이다. ‘고갈’은 그 불안의 이미지를 캐스팅한 영화다.”

-영화적 영감은 어떻게 얻었나.

“이미지를 따러 간 인천 남동공단에서 받은 인상이 영화로 이어졌다. 시나리오는 딱 하루 만에 썼다. 대사가 거의 없으니까(웃음). 촬영은 인천과 군산에서 두 달간 했다. 제작비는 약 500만원.”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강렬하다. 관객들은 여배우에게 제 정신으로 연기한 거 맞냐고 묻기도 하고.

“두 배우는 에너지가 넘치는, 통제 불가능의 배우들이다. 배우들, 특히 여배우 일수록 쉽게 코드화된, 정형화된 연기를 하는데 이들은 이런 코드로부터 자유롭다. 정상 아니면 광기라고 이분화하는 세상에서 그 경계를 연기한다.”

-부산영화제에서도 후반 30분을 못 참고 나가는 관객이 상당했다.

“이 영화가 충격적인 것은 완전히 고갈된 상태, 바닥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더 바닥이 있다는 거 아닐까. 외국에서는 일부러 스크린을 가리며 나가는 관객도 있었다. 그러나 단지 지루하고 끔찍해서 나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편해서, 영화가 보여주는 바닥이 불편해서 나간 걸 꺼다. 세상이 지옥 같고 희망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 출구 없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는 사실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 영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영화다. 가짜 희망이나 구원 대신 지옥을, 바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까.”

-끊임없는 다작이다. 그 창작의 원천은 뭔가.

“허경영? 하하하. 우리는 철 들 무렵 잠깐 민주화의 수혜를 받은 세대다. 이후 한국사회는 잠시도 쉴 틈 없이 들썩거린다. 정말 재미있는 사회 아닌가?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 보면 오히려 신기하다. 현실이 답답한데 영화들이 안 나오니 우리라도 만드는 거다. ‘100분 토론’· 유투브·이베이 경매· 광고 이런 것에서 시대적 영감을 얻는다. 김선은 단독 연출작 ‘자가당착’에 이어지는 ‘자가당착2’를 작업하고 있다. 마네킹이 주인공인 우당탕 코미디다. 공동 연출작 ‘방독피’도 준비 중이다. 현실이 너무 어이없어 급하게 시나리오를 썼다.로버트 알트만 감독에 대한 오마주이자 살벌한 정치풍자극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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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