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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근로빈곤층, ‘사회통합’ 차원에서 대처해야

나라 경제가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근로빈곤층(워킹푸어·Working Poor)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워킹푸어란 일할 능력과 의지는 있으나 잦은 실직과 낮은 소득 때문에 일하더라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근로빈곤층이 대략 30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표방하는 미국·일본과 복지국가로 불리는 유럽 선진국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근로빈곤층은 절대적 빈곤의 문제라기보다는 상대적 빈곤의 문제다.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적자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래서 자녀 교육도 마음대로 시키지 못하며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부담스러운 현실은 장래에 대한 희망을 꺾는다. 여기다 주거불안이 겹치면 이들의 불안정성은 더욱 가중된다. 근로빈곤층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은 대개 건강한 신체 하나뿐인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나이가 들면 신체가 쇠약해지고 여기에 부상이나 만성 질환이라도 생기면 생계가 막연해진다. 이 계층은 재산도 없고 국민연금 보험료도 제대로 내지 못하기 때문에 노인이 되면 그대로 극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일을 열심히 해도 장래에 희망이 없는 근로빈곤층이 늘어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원동력의 하나인 근면신화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도 소득·재산·부양의무자 기준에 미달하면 국가가 지원하도록 되어 있어 자발적인 빈곤 탈출의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제도로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로유인을 강화하면서 빈곤에서 탈출하도록 하자면 소득을 높이고 지출은 줄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좋은 예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학 학자금 안심대출제도다. 재학 중 이자납부를 유예하고 졸업 후 일정 소득이 생긴 시점부터 최장 25년 동안 원리금을 상환토록 함으로써 근로빈곤층 가구의 자녀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준 것이다. 이런 식의 지원이 학자금뿐만 아니라 주거비와 의료비용 등 필수생계비를 줄이는 데도 적용되어야 한다.

근로빈곤층의 빈곤탈출을 위해서는 지출 감소와 함께 가구당 소득 증대가 필수적이다. 그러자면 가구 구성원 중 여성과 노령인구의 취업이 용이하도록 맞춤형 직업교육을 강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공급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영·유아 및 노약자 돌봄사업 등 사회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또 영세자영업자에 대해 창업자금 등을 신용으로 빌려주는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소득이 낮은 취업자에 대해 세금을 환급해 주는 근로장려세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예컨대 근로장려세제를 특수직근로자(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사회서비스 종사자)로 확대 적용하고, 이를 근로능력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통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빈곤의 함정에 빠져 있는 근로능력자에게 빈곤탈출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는 근로무능력자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생계급여체계를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근로빈곤층이 빈곤선을 넘어선 이후에도 일정 기간 의료비·교육비·주거비 등의 지원을 유지해 이들이 확실하게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근로빈곤층 대책은 근로빈곤층을 좌절감에서 건져내고 잠재적인 사회 분열 요인을 걷어낸다는 점에서 절실하다. 또 사회 전반의 근로의욕을 다시금 북돋울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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