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해외 칼럼] 버냉키 연준 의장 재임명 문제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재지명했다. 현실적인 결정이지만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 차제에 버냉키를 포함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집단사고(group think)가 전 세계 경제위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버냉키를 재임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파국은 피했을지 모르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황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하강을 촉발할 수 있는 FRB 의장 교체라는 충격요법을 쓰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버냉키는 동료 학자들 중 첫손에 꼽히는 인물로, 경제위기의 본질과 엄혹함을 이해했고 추락하는 경기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업적과 다른 누가 해도 그보다 낫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의장을 바꿀 생각을 접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버냉키의 정책에서 드러난 적잖은 문제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FRB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암묵적인 거부감이다. 사실 재임명의 주요한 이유는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재임명을 정당화하는 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FRB와 다른 중앙은행들의 변화를 막는 역할을 해 왔다. 그간 금융시장은 경제정책 결정권을 쥔 이들에 대해 거부 입장을 취해 왔다. 지금은 그들의 영향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경제위기는 명백히 그와 동료 집단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그들은 ‘사상 최고의 중앙은행장’이라고 칭송받던 그린스펀의 추종자다. 이 주류 경제학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위기 예측에 실패했다. 버냉키는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통화정책은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생각은 자산·신용시장에 대한 경시, 규제 축소와 자유방임주의의 과잉을 불러왔다. ‘인플레이션 목표 설정만으로 충분하다’는 거시경제적 믿음이 ‘신용시장은 저절로 굴러갈 것’이라는 미시경제적 믿음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버냉키의 FRB는 2007년 8월 경제위기가 시작됐지만 이듬해 11월이 될 때까지 종합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FRB는 파생 금융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가 어떻게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침식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버냉키가 비록 미국 중앙은행장 자리에 적임자이고 재임명돼야 할 상황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FRB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자들의 관점이 아닌 대안적인 관점에도 열린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만약 그의 재임명이 현 상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해석된다면 큰 문제다. 버냉키의 상원 인준 청문회에선 무엇이 왜 잘못됐었는지에 대해 비판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버냉키의 재임명은 보다 건설적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다.

토머스 펠리 뉴아메리카재단 연구원
정리=이충형 기자 ⓒ Project Syndicate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