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1, 2위 할 자신 없으면 신규 사업 말아야

조동길 회장이 서울 역삼동 한솔빌딩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장이기도 한 조 회장의 집무실 한 쪽엔 마리야 샤라포바·비너스 윌리엄스 등 테니스 스타와 함께 찍은 기념 사진 10여 장이 진열돼 있었다.
“내실이 우선이다.”
조동길(54) 한솔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그는 아무리 매력 있는 사업이라도 안 맞는다 싶으면 한눈 팔지 않겠다고 했다. 한솔의 주력은 국내 1위 제지회사인 한솔제지다. 한솔은 제지 연관 사업을 늘려가는 한편 웰빙·환경 트렌드에 맞춰 신사업에 진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솔은 10년 전만 해도 재계 10위권을 넘봤었다. 1991년 삼성그룹에서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떼내 분리(법적 분리 완료 시점은 93년)한 이후 금융·정보기술(IT) 분야에 적극 진출한 결과였다. 하지만 너무 빠른 몸집 불리기는 97년 닥친 외환위기 때 시련으로 돌아왔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그 결과 한솔의 재계 순위는 현재 50위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옛 위상을 되찾고 싶을 법도 한데 조 회장은 서두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솔빌딩 23층 조 회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CEO가 꼽은 CEO, 위기 경영의 지혜를 듣는다 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신사업은 적당히 알아선 더 위험”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렵지 않나.
“우리는 특별히 어려운 게 없다. 주력 업종인 제지의 경우 수요가 20% 이상 줄어들기는 했지만 원료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환율 효과로 수출도 잘돼 실적이 괜찮다. 글로벌 위기 이전부터 원가 절감, 고객 위주 제품 생산을 강조해 온 덕분이기도 하다.”

-외환위기가 닥쳤을 땐 어려움이 컸었다.
“삼성에서 분리를 선언한 것이 91년, 법적 분리가 매듭된 것이 93년이다. 그때 자산이 80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해 외환위기 무렵엔 자산을 11조원까지 불렸다. 당시 매출이 4조여원 수준이었으니 재무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삼성에서 떨어져 나온 서운함 내지 불안함을 성장 욕구로 달래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당시 수업료를 꽤 비싸게 치렀다.
“결국 주력인 신문용지 사업까지 매각해야 했다. 당장 돈벌이가 좋은 사업부터 팔아야 했다. 한솔제지에서 신문용지 부문을 떼내 10억 달러를 유치했다. 당시로선 국내 최대 투자 유치였다. 덕분에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한솔은 캐나다 아비티비, 노르웨이 노르스케 스코그와 지분 3분의 1씩 갖는 조건으로 팬아시아페이퍼를 만들었다. 당초 아이티비와 노르스케 두 회사는 한솔과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갖는 방안을 내놨으나 한솔이 3자 동일 지분 조건을 제시해 관철시켰다. 신문용지 세계 1, 2위인 두 회사 사이에서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결과적으로 한솔은 팬아시아페이퍼의 경영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사들였던 회사도 대거 정리했다. <그림 참조>

특히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따낸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을 하던 한솔엠닷컴(PCS)까지 KT에 팔았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아무리 매력 있어도 ‘알맞은 사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또 재무적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PCS 사업이 그랬다. 업종 특성상 대규모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줄곧 3위로 밀려 결국 회사를 팔고 말았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M&A를 할 때는 시장에서 1·2위를 할 역량이 되는지, 확실한 기술 등 차별적 우위 요소가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 상대가 아무리 예뻐 보여도 과잉 레버리지(차입)는 절대 금물이다. 한 가지 더 얘기하면 최고경영인(CEO)이 신규 사업에 대해 100% 알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무식한 편이 낫다는 점이다. 전자라면 문제가 없을 테고 후자라면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 있어서다. 적당히 안다? 비즈니스에선 이게 가장 위험하다.”

-지난해 이엔페이퍼(현 아트원제지)를 인수했다.
“아트원제지는 우리가 인수하기 전 4년간 줄곧 적자를 냈으나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웃으며) 경쟁 상대가 줄어 시장에서 유리해졌고, 한솔과 공동 구매를 해 원가 절감 효과도 봤다.”

-종이는 사양산업 아닌가.
“10여 년 전 ‘페이퍼리스 소사이어티(종이 없는 사회)’ 얘기가 심각하게 나왔다. 일부 맞는 말이다. 종이는 크게 인쇄용지, 포장용지로 구분된다. 포장용지는 큰 시장 변화가 없다. 인쇄용지는 다시 신문용지·아트지·특수지 등으로 나뉘는데 단순한 정보 전달 기능을 하는 종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특수지도 IT의 발달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아트지의 경우는 다르다. 고급 아트지로 뽑은 사진은 질(質)이 다르지 않나! 아트지 시장은 아직 성장성이 크다. 물론 성숙 산업인 만큼 제지업계 스스로 노후설비를 정비한다거나 구조조정을 해 수익성을 높일 필요는 있다.”

-‘포스트 페이퍼(종이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나.
“일단 주력인 제지업을 넘버원 리더로 포지셔닝하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트원제지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했다. 우리가 강점을 지닌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인접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 제지업 특성상 많이 쓰는 화학제품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새 사업기회가 열리고 있다. 예컨대 과산화수소수는 요즘 반도체와 LCD 생산 공정에서도 세척용으로 쓰인다. 한솔케미칼이 이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제지업에선 폐수·폐기물 처리 기술도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폐자원을 활용하는 노하우가 생겨 환경·엔지니어링 계열사인 한솔EME가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전자부품 계열사인 한솔LCD의 실적이 좋다.
“한솔LCD는 LCD 부품인 백라이트유닛(BLU)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인버터와 냉음극형광램프(CCFL)도 국산화했다. 대기업이 개발하기엔 시장이 작고, 중소기업이 하기엔 기술력이 모자라는 분야를 개척한 것이다. 이게 한솔LCD의 강점이다. 올해 한솔LCD 매출은 1조1000억원쯤 될 것이다. ”

“모든 종이가 사양산업은 아냐”
-한솔개발이 운영하는 오크밸리는 어떤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오크밸리는 서울에서 1시간30분가량 떨어져 있는 게 오히려 강점이다. 서울에서 너무 가까우면 숙박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미국형 골프 커뮤니티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캐시 플로(현금 유동성)도 좋아지고 있다.”

골프 커뮤니티 사업이란 100% 회원 전용 골프장을 지어 회원이 원하면 언제라도 라운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오크밸리는 960실의 콘도미니엄과 63홀짜리 골프장, 프리미엄 스키장을 갖추고 있다. 현재 객실 증설 공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골프장도 더 조성할 계획이다.

-새로 구상 중인 사업은.
“지금 하고 있는 거 이외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요즘 M&A 매물이 많은데 관심 없나.
“물론 M&A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무적인 가치를 철저히 따질 것이다. 보통 M&A 적정 가격이라고 하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의 8배쯤 돼야 하는데 요즘 M&A 매물 가격은 EBITDA의 15~16배까지 나온다.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돈을 주면서 인수해야 하는지 의심이 생긴다. 3분의 1만 자기자본을 대고 나머지는 풋옵션이나 빚을 끌어들여 인수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모르겠다.”

-경영 스타일이 상당히 보수적이다.
“우리 기업문화가 그렇다. 반도체는 3년이면 감가상각이 끝나지만 제지는 20년 걸린다. 장치산업의 특성이다. 보수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제지와 연관 사업에 집중하면서 남는 재원을 M&A로 돌릴 것이다. 내실이 우선이다.”

-한때 재계 10위권에 진입했다가 50위 밖으로 밀렸는데, 다시 규모를 키우고 싶지 않나.
“전혀 그런 욕심 없다.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는 사이즈가 아니다. 수익성이다. 그런 점에서 자산회전율을 눈여겨본다. 외환위기 당시 한솔은 자산 11조원에 매출 4조원이었다. 자산회전율이 0.4에 불과해 심각한 재무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금은 자산 4조원에 매출 4조5000억원이다.”

-가장 중시하는 경영 원칙은.
“비즈니스 기본 원리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상품가격보다 커야 하고, 가격은 비용보다 커야 한다. 고객 가치가 가격에 미치지 못하거나 비용이 높으면 기업은 망한다. 이 원리를 충실히 지켜가면서 사업을 해야 한다.”

-중앙SUNDAY 인터뷰를 권유한 박용만 ㈜두산 회장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외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닌 뒤 귀국해 대학(연세대)에 입학하다 보니 아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미국 유학 시절 테니스를 열심히 쳤기에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여기서 사귄 친구가 경기고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레 또래 경기고 출신들을 많이 알게 됐다. 박 회장도 그중 하나로 3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사이다. 요즘은 기업 모임이 있을 때 가끔 만난다.”

-‘테니스를 즐기는 회장님’으로 유명하다.
“매주 수요일 저녁 실내 테니스장에서 1~2시간가량 운동한다. 테니스는 골프나 축구 등 다른 종목과 달리 ‘이변’이 별로 없다. 실력대로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기본기가 중요하다. 기업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기본기를 다진 다음에라야 운도 따르는 것이다.”
 
실력대로 결과 나오는 테니스 즐겨
-요즘 이인희 고문은 어떤 조언을 해주나.
“(웃으면서) ‘옛날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도 모르던 회사가 생기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재무구조 개선, 현금 확보, 경비 절감 등을 늘 강조한다. 경영 측면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와 가족관계 등 인생 측면에서도 본받고 싶은 멘토다.”

-외할아버지(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추억을 소개해 달라.
“어렸을 때 어머님과 선대 회장 댁을 자주 방문했는데 항상 가족과 함께 계셨다. 집안의 화목을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번은 안양CC에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갔는데 혼자 연습하러 왔던 선대 회장이 합류하게 됐다. 친구 한 명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러프에 빠진 공을 여러 차례 스윙하고도 못 빼내 쩔쩔 맸다. 다른 플레이어 같으면 ‘공을 들고 나오라’고 했을 텐데 선대 회장께선 끝까지 기다려 주시더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배울 수 있었다.”

-다음 인터뷰 대상을 추천해 달라.
“현대산업개발을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을 추천한다. 정 회장은 줄곧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건설회사를 맡았다. 건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아이파크’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적절한 위기관리로 현대산업개발을 ‘건설 명가’로 키웠다. 정 회장에게서 공격 경영과 위기 관리의 조화를 듣고 싶다.”




▷ 다음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입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