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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명작 ④] 정동진, ‘모래시계’ 덕분에 유명 관광지 됐다


'모래시계'는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출연진과 제작진을 제외하고도 '모래시계'와 관련된 인물과 장소 등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효과를 누렸다. 이른바 '모래시계'의 장외 수혜주다.

대표적인 인물은 당시 강력부 검사였던 홍준표 의원이다. 그는 박상원이 연기한 강우석의 실존 모델임에 알려지며 유명인사가 됐다. 홍준표 검사는 1993년 김영삼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 당시 전·현 정권 실세와 갈등에도 굴하지 않고 활약해 '돈키호테 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는 수 차례 설득 끝에 홍준표 검사의 실제 이야기를 '모래시계'에 반영했다. 홍준표 검사는 '모래시계'를 통해 얻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작품 후반부의 주요 배경인 강원도 정동진은 '모래시계' 덕분에 유명 관광지가 됐다. 해돋이의 장관과 '모래시계'의 여운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하루에 단 한번 기차가 서던 정동진역은 이후 하루 수십대의 열차가 정차하는 바쁜 장소가 됐다.

'모래시계 세대'로 불리는 386세대는 '모래시계'와 함께 사회를 주도하는 세대로 부각됐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민주화에 청춘을 바친 노력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진 덕분이었다.


'모래시계'와 경쟁했던 작품들

'모래시계'는 국내 방영됐던 드라마 중 이례적으로 주 4회 방송이라는 공격적 편성을 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됐던 경쟁작은 KBS 2TV '장녹수' '인간의 땅', MBC TV '아들의 여자' '까레이스키' 등 총 4편이다. 탄탄한 주연진 캐스팅과 연기력, 완성도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민 드라마로 군림했던 '모래시계'의 높은 장벽을 넘을 순 없었다.

월화극 '장녹수'와 수목극 '아들의 여자'는 비교적 선전한 작품이다. 초반부에는 '모래시계'와 대등한 경쟁을 했고, 잠시나마 앞지른 적도 있었다.

'장녹수'는 천민 신분으로 태어나 연산군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된 장녹수의 사랑과 열정, 연산군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연산군 역으로는 유동근이, 장녹수 역으로는 박지영이 출연했다. 박지영은 남자를 쥐락펴락하는 뇌쇄적인 매력을 과시하며 당대 최고의 팜므파탈로 꼽혔다.

'장녹수'는 초반에는 24~28%의 시청률을 올리며 '모래시계'를 바짝 뒤쫓았다. '모래시계'가 극의 몰입도를 높여가며 50% 후반대의 시청률로 치솟자 10%대로 추락하며 희생양이 됐다.

'아들의 여자'는 드라마 '서울의 달' 이후 인기의 정점에 서있던 채시라와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복수심에 불탄 한 여자(채시라)가 사랑했던 남자(차인표)의 집안에 복수를 하기 위해 그의 형(정보석)을 유혹하는 내용을 다뤘다. 파격적인 내용과 자극적인 장면으로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채시라가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섹시한 벨리댄스를 췄던 장면은 남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명장면이었다. '아들의 여자'는 채시라의 매력에 힘입어 한때 시청률 35.2%까지 치솟으며 '모래시계'를 추월하기도 했다. 그러나 '귀가시계'가 된 '모래시계'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3%대 시청률까지 하락한 채 막을 내려야했다.

김희애·황인성 주연의 '까레이스키'와 옥소리·염정아 주연의 '인간의 땅'은 일제 치하 고통 받던 민초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들이었다. '모래시계'와 마찬가지로 시대상을 다뤘지만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조명한 '모래시계'의 위세에 눌렸다.

이동현 기자 [kulkuri7@joongang.co.kr]
김성의 기자 [zz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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