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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투시안경

최근에 사람들의 옷을 투과해 알몸을 볼 수 있다는 이른바 ‘투시안경’ 때문에 소동이 빚어진 바 있다. 정말로 그런 안경이 가능한지 걱정스럽게 필자에게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안경이 만들어졌다 해도,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발명은 특허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특허법에 따라 특허 취득은 불가능하다. 또 제조 판매 허가 등도 받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사람들의 불안감을 덜기는 어렵다. 꼭 특허품이나 관련 기준과 규격 등을 만족시키는 제품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고, 합법적이지 않은 물건이라도 음성적인 거래나 인터넷을 통한 판매 등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투시안경을 판매하려 한 이들은 과학적 원리까지 들먹여 가며 인체 투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모양인데, 과연 정말일까? 사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적외선을 감지하여 영상을 만드는 적외선 카메라나 야간 투시경 등이 이미 나와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원래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듯하다.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 중에서 파장이 대략 400nm에서 700nm에 이르는 대역을 사람이 볼 수 있으며, 파장에 따라 빛의 색은 달라진다. 그리고 이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것을 적외선이라 하는데, 사람을 포함한 생물이나 열이 있는 물체에서는 적외선이 방출된다.

그러나 옷 속을 투시하려면 사람 몸의 표면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대역으로 바꾸어 줘야 한다. 이뿐 아니라, 옷 바깥에서 반사돼 눈으로 들어오는 가시광선을 차단해야만 한다. 하지만 옷 바깥에서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도 함께 방출하게 되는데, 몸의 표면에서 나오는 적외선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또한 별도의 장치나 배터리가 부착된 것도 아니고, 보통 안경과 크기나 모양이 별 차이가 없는 구조로 이처럼 복잡한 다단계의 과정을 과연 한꺼번에 구현할 수 있을까. 무슨 마법의 안경도 아니고,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만족할 만한(?) 영상을 얻으려면 컴퓨터 등을 통한 이미지 프로세싱이 불가피할 듯한데, 혹 투시안경 등을 만든다 해도 시스템이 매우 복잡한 장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른바 투시안경과 가장 유사한 장치는 미국의 일부 공항 등에서 운영 중인 인체 검색장치일 것이다. 거의 알몸에 가까운 투시가 가능하여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데, 이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밀리미터파를 쏘아서 영상을 만드는 고가의 장비다.

뢴트겐이 처음으로 X선을 발견한 지 얼마 안 돼, 유럽에서는 X선으로 옷을 뚫고 알몸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소문이 한때 퍼진 적이 있다. 일부 귀부인들은 외출하기조차 꺼리고, 약삭빠른 어떤 상인들은 ‘X선이 투과할 수 없는 옷’을 판매하여 돈을 벌었다고도 한다.

광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이런 투시안경의 실체를 명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꼭 투시안경뿐 아니라 이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사이비 과학기술 등으로 인한 소동들이 가끔씩 반복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고 부끄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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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