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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현대차 성공, 일본서도 보고 싶다

나는 일본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는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3년 전께부터 의문이 싹텄다.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닛산승용차의 브레이크에서 ‘끼~익’ 하는 마찰음을 들으면서부터다. 항의하는 내게 닛산 대리점 직원은 “그건 어느 자동차에서나 나는 소리인데요”라고 했다. “운전 1, 2년 해본 줄 아나…”란 소리가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일제’에 대한 환상을 깨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원을 끈 후에도 ‘팍’ 하는 스파크 소리가 끊이지 않는 샤프의 최신형 액정TV, 구입한 지 2년도 안 됐지만 수리를 네 번이나 맡겨야 했던 도시바 컴퓨터를 지켜보면서 나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일제라고 다가 아니다.”

그래서 난 한국 대기업들의 일본 시장 개척을 믿었다. 그런데 얼마 전 들려온 뉴스는 이런 나의 확신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었다. ‘현대자동차 지난달 일본 내 승용차 판매대수 불과 13대’. 이쯤 되면 “뭐 하러 일본 와서 장사하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전 세계 판매대수에서 세계 4위로 우뚝 올라선 현대차가 인구 1억3000만 명의 세계 3위 시장에서 한 달에 13대밖에 못 팔았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대리점이 50곳가량 있는데도 말이다. 같은 기간 대당 수억원하는 이탈리아의 수퍼 카 ‘페라리’는 76대나 팔렸다. 폴크스바겐은 3083대, BMW는 2019대, 벤츠는 1964대였다.

승용차가 안 팔리니 현대차 일본법인은 40인승 관광버스 판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대로 실적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상용차 판매라도 잘되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말이다. 한국의 대표기업, 아니 글로벌 자동차기업 현대차가 일본에서 승용차 아닌 버스회사로 각인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슬프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품질에서 문제없는데 팔리지 않는다면 그건 전략이 잘못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현대차의 일본 전략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고가의 중·대형차는 확고한 브랜드 충성도가 없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게 일본 시장이다. ‘고급 차=독일 차’라는 등식 때문에 외국 수입차 판매 1~5위가 온통 독일 차라는 게 그걸 입증한다. 한 점에 5만원 하는 쓰가루 해협 오마(大間)산 참치가 아니면 고급 횟집에 들어가질 못하고, 에히메(愛媛)현의 이마바리(今治)산 수건이 아니면 최고급 호텔에 납품이 안 되는 일본의 특수성을 너무 몰랐던 게다. 일본인, 일본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어정쩡하게 중·대형차 시장을 넘본 것이 패인이다. 즉 판매 대수의 40%를 차지하는, 신규 진입이 비교적 수월한 소형차 시장을 파고들었어야 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한 달에 고작 13대 팔면서 명맥만 유지할 것이면 차라리 철수하는 게 낫다. 일본 소비자의 까칠함만 탓할 게 아니라 까칠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세련된 전략을 마련하는 게 진정한 글로벌 기업 아니던가. 글로벌 기업 현대차의 성공을 일본에서도 보고 싶다.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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