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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맞고 강해지는 게 기업인 … 도전 멈추지 말아야”




“위기는 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오게 돼 있다.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하는 것이 상책이다.” 음식물 처리기 ‘루펜’으로 유명한 이희자(55) 루펜리 사장은 위기관리의 첫째 수칙을 이렇게 말했다. 존경하는 인물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도전정신으로 기업을 일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란다. 음식물 처리기 사업이 안정궤도에 올라서나 싶더니, 토목자재 사업에 진출하면서 더욱 바빠진 이 사장을 지난 5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루펜리 본사에서 만났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추천을 받았다. 어떤 인연이 있나.
“3년 전 음식물 처리기 수출 건으로 두바이에 출장 갔을 때 처음 만났다. 이후 행사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다. 지난달엔 이명박 대통령의 폴란드 국빈 방문 때 현지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에 출품만 하고 참석하지 못했는데 손 회장이 루펜리 부스를 찾은 대통령에게 제품 설명을 자세히 해줬다. (당시 현장 사진을 보여 주면서) 상의 회장으로서 중소기업 제품까지 세심히 배려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음식물 처리기 ‘루펜’을 2003년 처음 선보인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지금까지 모두 80여만 대 팔렸다(아파트 빌트인 포함).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음식물 처리기 사용 가정이 한국의 1400만 가구 중 5% 남짓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49세 늦깎이 주부 창업
-사업을 하면서 위기는 없었나.
“처음부터 위기였다. 사업 초기인 2003년 말 판로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한 대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해 달라고 제안해 왔다. 그 회사에만 공급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런데 차일피일 납품시기를 미루더라.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알고 보니 자체적으로 음식물 처리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나중에 일방적으로 해약 통보를 받았다.”

이희자 루펜리 사장은 “기업은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며 “이럴 때는 옆으로 피하기보다 정면 승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소송할 기력도 없었다. 대기업이 그걸 노린 것 같더라. 이때 나타난 ‘천사’가 가구회사 보루네오였다. 이 회사가 부엌가구 사업에 진출하면서 음식물 처리기를 빌트인으로 집어넣기로 한 것이다. 이때는 ‘먼저 제품을 가져가야 계약한다’ 해서 단번에 1만 대를 납품할 수 있었다.”

그는 사업 초기 아픈 추억 때문에 OEM 납품은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하고 있다. 자기 브랜드를 고집한 덕분에 루펜의 브랜드 가치가 450억원 정도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이젠 경쟁사가 꽤 늘었다.
“한때 음식물 처리기 업체가 40개나 난립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음식물 처리기만큼은 경쟁사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10년을 연구해 쓰레기 악취를 잡았는데 남들이 베낀다고 해서 금방 따라올 수 없다. 우리 제품은 모두 국내에서 만든다. 좀 비싸더라도 품질을 생각해서다.”

지금은 여유 있게 말하지만 지난해 경쟁 제품이 쏟아지면서 이 사장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단다. 특히 후배 여성 기업인과 경쟁하면서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한 대기업이 내놓은 제품은 분쇄 건조 방식이어서 속으로 안심했다. 과거 개발 단계에서 실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으론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해 봄에 여성 기업인이 경영하는 A업체에서 경쟁 제품을 내놓았을 때는 긴장했다.


‘이틀 뒤 한 TV홈쇼핑에서 A사가 음식물 처리기를 우리 제품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판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경쟁 홈쇼핑회사에 연락해 ‘19만8000원에 팔던 제품을 보급형 모델로 전환해 9만9000원에 팔 테니 다음날 방송을 잡아 달라’고 제의했다. 다음날 1시간 만에 6000대가 매진됐다. 이익을 생각 않고 가격 인하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

-지난해 여름엔 한 TV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고 악취가 심하다’고 보도해 음식물 처리기가 도마에 올랐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40명 임직원이 모두 비상대기하고 있었는데 6통의 전화가 온 것으로 끝이었다. 반품 신청이 한 대도 없었다. 오히려 제품력을 검증받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음식물 처리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나빠지면서 추석 대목을 앞두고 만들어 놓은 5만 대의 판로가 막혀 버렸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수출밖에 없었다. 이 사장은 일본·영국·대만·아일랜드·태국 등 해외를 돌아다니며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섰다. 국내에서 싸우느니 해외에서 인정받겠다는 생각에서다. 덕분에 지금은 일본에서 야마다전기·빅카메라 등 대형 가전판매점과 QVC홈쇼핑의 판로를 확보했다. 다만 루펜리의 수출 비중은 아직 10%가 채 안 된다.

이렇게 한참 음식물 처리기 얘기에 빠져 있다 싶더니, 이 사장은 생뚱맞게 ‘집중호우’로 화제를 돌렸다. “지난달 집중호우가 루펜의 신사업 홍보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루펜큐 대표이사’ 명함도 건네준다. 2007년 루펜리의 자회사로 만든 토목자재업체다. 이 회사는 ‘폴라카블’을 만든다.

-폴라카블은 어떤 제품인가.
“남편인 성낙국 대표가 맡고 있는 삼오포레스에서 7년 전 개발한 제품인데 루펜큐가 판매와 시공을 담당한다. 기존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다.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어 식물이 자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질 정화 작용도 한다. 그러면서 시멘트보다 더 단단하다.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콘크리트 옹벽이 대거 유실되면서 주문이 늘고 있다. 폴라카블은 자전거 도로나 보도 블록 시공에도 활용할 수 있다. 4대 강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요가 크게 늘 것이다.”

이 사장은 원래 평범한 주부였다. 그가 사업가로 나선 것은 외환위기 때 남편 회사가 부도났기 때문이다. '운명을 디자인하는 여자'란 책을 읽고 용기를 얻어 49세 늦깎이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음식물 처리기의 성공에 힘입어 가습기·제습기 등 소형 가전제품을 만드는 리빙엔과 루펜큐를 잇따라 설립했다. 이 사장은 폴리카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세 회사의 총 매출 목표를 1000억원대로 잡고 있다.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을 추천
-향후 목표는.
“5년 안에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다. 사업을 시작했으니 조 단위 기업은 해 봐야 하지 않겠나. 토목자재 사업이 발판이 될 것이다. 이미 2000억원 넘게 수주했다.”

-목표가 너무 커 보인다. 무리하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얼마 전 청와대 중소기업인 초청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비가 와서 야외 행사장을 실내로 옮기려 했더니 이 대통령이 ‘중소기업인은 잡초와 같다. 비를 맞아도 끄덕 없다’며 그냥 강행했다. 이 말이 와 닿았다. 지금 루펜리는 협력업체를 합쳐 딸린 식구가 1000명쯤 된다. 소극적인 경영으로는 그냥 그런 중소기업에 불과할 것이다.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다음에 인터뷰할 CEO를 추천해 달라.
“영상보안장비를 만드는 아이디스의 김영달 사장을 추천한다. 함께 벤처산업협회 일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유머 감각도 좋고 특히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분이더라.”

차진용,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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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