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북, 유씨 풀어주며 막힌 대북지원도 풀려는 의도”

2007년 11월 2일 북한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08년 5월부터 서울 ~ 삼지연 공항 직항로를 통한 백두산 관광사업에 합의한 뒤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찍은 기념 사진. 사진 왼쪽에서 둘째부터 윤만준 당시 현대아산 사장(현재 현대경제연구원 상임고문), 현 회장, 김 위원장, 그리고 현 회장의 큰딸인 정지이 현대U&I 전무. [중앙포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으로 불러들인 배경은 뭘까.

정부 당국은 일단 개성공단 근로자 유모씨 석방 문제 등 얽힌 대북사업의 실타래를 풀어보겠다는 현 회장의 뜻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현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대남 메시지를 던지려는 게 더 큰 이유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와 같은 남북 긴장국면을 벗어나 새로운 판을 짜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김 위원장이 내렸을 것이란 얘기다.

먼저 김 위원장이 경색국면에 빠진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보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 교류·협력을 복원시키려는 움직임”이라며 “무엇보다 남한으로부터 식량·비료 같은 인도적 지원을 확보하는 게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월 장거리 로켓발사와 5월 핵실험 등 도발국면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대내외에 충분히 시위한 만큼 이제는 자신들의 방식대로 대화를 시작하는 국면으로 바꿔 보겠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남측에 손짓을 해온 것이란 점에도 주목한다. 유씨 석방 논의를 그 계기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대결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남측 당국자를 특사로 파견하거나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을 달래던 상황과는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근본적인 변화의 길을 택했느냐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이 많다.

이조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결국면을 접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이며 남북 간 긴장의 꼭짓점은 지난 듯하다”며 “그러나 본질적인 태도변화가 뒤따를지는 더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공단 근로자 유씨를 풀어주고 관광사업 등에 대한 이른바 ‘통 큰 결단’을 내림으로써 그의 건재를 보여주려는 구도라는 얘기다. 남측 인사를 직접 만남으로써 지난해 8월 건강이상 이후 그를 괴롭혀온 중병설 등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후계자 내정 등 체제 내부 정비를 마치고 다음 달까지 ‘150일 전투’(4월부터 벌인 생산증대 운동)를 결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남북한과 북·미 관계 구도가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북핵 위기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양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대미담판에만 집중하던 북한에 대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4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만남 때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대미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김 위원장이 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측의 단단한 대북공조를 깨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아닌 ‘통미통남(通美通南)’으로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이조원 교수는 “미국 여기자를 풀어준 마당에 남측 근로자를 무작정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상황도 북한을 움직이게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회장이 들고 올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간접대화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경색된 남북관계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향후 남북관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김정일 면담이라는 이벤트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남북물류포럼 주최의 조찬간담회에서 “이산가족 상봉, 대북 식량 지원 등을 위해 부분적인 대화구조는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대북 주도권 장악을 위한 북한 길들이기를 지속하는 한 남북 대화의 지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불과 몇 달 전 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멀지 않다며 핵전쟁을 위협하고 ‘인질극’ 같은 근로자 억류를 벌인 북한에 대해 유야무야 하는 식으로 넘기기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