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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한달째 간병 … 하루도 빠짐없이 병상 지키는 이희호 여사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11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왼손에 쥔 꼬깃꼬깃한 휴지 조각은 눈물로 흠뻑 젖었다.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6층 예배실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쾌유를 위한 기도회’였다. 이해동 목사의 설교가 “김 전 대통령의 평생 목표는 민주주의와 민족의 화해·평화통일”이라는 대목에 이르자 이 여사는 고개를 떨궜다. 뒤 이어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는 찬송가 대목에서 그녀의 어깨가 들썩였다. “오히려 비서진을 위로할 정도”(박지원 의원)라던 평소 모습과는 달랐다.

전날 이 여사는 남편에게 베이지색 벙어리장갑을 선물했다. 짬짬이 뜨개질을 해 짠 장갑과 덧신을 남편의 손과 발에 씌워주었다. 마침 병원을 찾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에게 이 여사는 “발도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이 “여사께서 뜨개질을 하셔서 벙어리장갑을 끼워주셨다”고 소개하자 엿보인 마음이었다.

이 여사는 손재주가 좋아 젊은 시절 “직접 만든 옷을 즐겨 입었다”(자서전 『동행』)고 한다. 그러나 1962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실과 바늘을 손에 잡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측근들이 기억하는 건 두 차례다. “김 전 대통령이 77년 진주교도소와 80년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시절 손수 짠 두꺼운 양말을 넣어준 일이 있다”(최경환 비서관).

김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긴급조치 9호’(75년)가 내려진 이듬해 “긴급조치 철폐”를 주장하는 ‘3·1 구국선언문’ 사건을 주도했다가 구속됐다. 징역 5년형이 확정돼 77년 진주교도소에 갇히자 이 여사는 진주에 방을 얻어 놓고 서울과 진주를 오가며 옥바라지를 했다.

“남편이 감옥에 있을 때 나는 겨울이라도 안방에 불을 넣지 말도록 일러두었다. 그는 추위를 몹시 타는 체질이다. 그런 ‘애들 아버지’가 영하로 내려가는 감방에서 떨고 있을 생각을 하면 집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없었다”(『동행』 173쪽).

11일로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지 꼭 30일이 됐다. 동교동 자택이 지척이지만 이 여사는 하루도 집에서 잔 일이 없다고 한다. 최 비서관은 “아무리 댁에 가서 주무시라 권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1922년생인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보다 두 살(호적상으론 네 살)이 많다. 매일 새벽 6시~6시30분 사이에 일어나 9층 중환자실로 내려가 남편을 살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박지원 의원은 “하루 3~4차례씩 병실을 찾을 때마다 그때까지 찾아오거나 편지를 보낸 사람들의 소식을 김 전 대통령에게 일일이 전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긴 잠에 빠져 있던 10~11일에도 이 여사는 남편의 귀에 대고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 소식 등을 전했다고 한다. 쉴 새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의연하게 응대하는 모습은 ‘퍼스트 레이디’ 시절 그대로다. 11일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정치인도 모두 직접 맞았다. 세계 각국에서 오는 편지에 대한 회신도 이 여사의 손을 거친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독대한 적도 있지 않느냐”며 “어려울 때마다 남편의 역할을 대신했던 모습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김 전 대통령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 여사의 믿음은 굳건하다. 이날 문병 차 찾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에게 “너무나도 시의적절한 시점에 왔다. 아마 모레(13일) 다같이 축하의 케이크를 자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할 정도다. 73년 8월 13일은 유신 발표 이후 일본에 망명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이 도쿄에서 납치됐다가 풀려난 날이다.

임장혁·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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