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국사 산책] 1초 전쟁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 위젠팡(于建芳)이 홍콩 주권 이양식에서 중국의 국가 연주를 지휘하라는 명령을 받은 건 1997년 4월이었다. 2개월여의 맹훈련 뒤 홍콩에 도착했다. 세부 식순을 협의하던 중 중국과 영국 사이에 의견 대립이 생겼다. 영국 측은 유니언 잭 하강식과 영국 국가 연주를 6월 30일 밤 23시59분59초까지는 마칠 테니, 중국은 7월 1일 0시0분1초부터 오성홍기를 올리고 중국 국가를 연주해 달라고 했다.

중국 측 반대는 강경했다. 정확히 7월 1일이 시작될 때 중국 국가를 연주하겠다고 맞섰다. “이미 100여 년을 넘게 기다렸다. 1초도 더 기다릴 수 없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었다. 협상은 결렬됐고 중국 군악대엔 중국 국가 연주가 1초 일러서도, 또 1초 늦어서도 안 된다는 엄명이 하달됐다. 만일 영국이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키더라도 중국 군악대는 정시에 국가 연주를 시작하라는 지시였다.

홍콩 컨벤션센터 신관 그랜드 홀에선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찰스 영국 왕세자 등 전 세계 귀빈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주권 이양식이 시작됐다. 밤 11시51분 찰스 왕세자의 고별사 낭독에 이어 11시57분 양국 기수단이 입장했다. 11시59분 영국 악대는 영국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구원하소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에 보통 50초가 걸리는 곡이다. 한데 박자가 점차 빨라지는가 싶더니 30초 만에 연주가 끝나고 말았다. 지휘봉을 든 위젠팡은 당황했다. 영국 측 연주가 지연될 것만 생각했지 앞당겨 끝나리라곤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돌연 예정에 없던 20초가량의 공백이 생겼다. 위젠팡의 눈에 연단의 리펑 중국 총리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어떻게 할까요?” 속이 타들어가던 그는 옆에 있던 연락관 장징산(張景山)에게 물었다. “원래 계획대로 가라.” 51, 52, 53…. 장징산이 초를 세기 시작했다. 마침내 11시59분58초 반, 지휘봉을 잡은 위젠팡의 양팔이 하늘로 솟구쳤다. 0시0분0초, 지휘봉이 정확히 춤추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빅토리아 항구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성홍기가 게양됐다. 이날 ‘1초 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