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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그리움’

‘그리움’-박건한(1942∼ )


빈 곳을 채우는 바람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나뭇잎 흔들리듯

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나니.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아니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처럼

그대 소리도 없이

내 마음 빈 곳에 들어앉아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게

나를 뒤척이고 있나니.



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삶과 죽음의 끝없는 시작인, 너와 나의 외로움이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인, 하여 우주의 궁극인 그리움을 대뜸 시제(詩題)로 내걸다니. 수십 년 시적 침묵에도 박목월이 가장 아낀 시인답군요. 보일 것도 같고 만질 수 있을 것도 같고 닿을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끝끝내 그리할 수 없는 것들. 함께할 수 없는 너와 나의 순수의 인력(引力). 잠 못 이루고 수많은 밤 뒤척이게 하는 그리움 잡힐 듯 말 듯.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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