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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사분쟁, 예방이 급선무다

늘 그렇듯 쌍용자동차 노사분규를 보면서도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 왜 노사분규는 매년 되풀이되고 더 나아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 걸까. 여기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노사분규가 진행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먼저 경영자가 모르는 사이 종업원들이 불만을 쌓아가는 발아단계다. 여기에 감원이나 감봉 등의 불씨가 던져지면 불만을 품은 직원 몇 명이 외부의 산별노조와 같은 노동단체의 후원을 업고 노조를 결성하거나 분규를 일으킨다. 그러면 사장은 불안하기도 하고 또한 배신감에 보복을 위해 법률전문가와 노동 자문가를 찾아간다. 어떤 법률회사는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데 수억원의 수임료를 요구하지만, 분규에 휘말린 사장에게 돈은 문제가 안 된다.

반면 노조는 막강한 회사의 파워에 맞서기 위해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산별노조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정치투쟁이 먼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쪽에는 사용자와 그를 통해 돈을 버는 노동 자문가, 그리고 다른 쪽에는 노조와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산별노조가 포진하는 ‘전투 모드’가 짜여진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이 전쟁에서도 승자는 없다. 지루한 교착 상태가 이어질 뿐이다. 그러다가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 들어 정치투쟁이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막을 내린다. 이 같은 노사분규의 발생 및 전개 과정을 볼 때, 분규가 일단 일어나면 노사 양측의 힘겨루기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구조 하에서의 노사분규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우선 조정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 조정전문가라면 노사 간 파워 관계와 감정문제를 이해하고 처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또 노사 각각의 뒤를 돌봐주고 있는 외부세력과 소통이 가능하고 협조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수나 성직자 같은 사회 명망가나 원로 인사는 노사분규 해결사가 결코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전문가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미국에서는 연방분쟁조정국(FMCS)이라는 정부기관을 별도로 두고, 산별노조위원장 출신과 기업 인사 및 노사관리 임원 출신 인사들을 특채해서 조정전문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 제도를 시행한 90년대 후반부터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인재들이 많이 있으므로 이들을 활용하면 된다. 이는 위원장 등 노조 간부 출신들에게 새로운 경력 경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공적 및 사적 예방조정기능의 강화도 필요하다. 현재 노사분규 예방을 위한 노동부 활동은 너무나 취약하다. 노동위원회는 분규 발생 후에 그것을 조정하는 일만 전담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분쟁조정국은 200명의 조정전문가를 보유하고 이들을 대형 사업장과 분규 예상 사업체에 배정, 365일 상시 상담과 관찰을 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불만과 고충이 현장에서 바로 해결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동위원회가 최근 외부 전문가를 일부 특채해서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그 수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공적기관 말고도 몇몇 사적 조정기구들이 상시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기구를 통한 예방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정 전문가 인증 문제와 이들의 활동 효력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증 문제는 별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서 국가가 자격제도를 통해 선발한 후 정부가 별도 관리를 해야 한다. 사적 조정인의 활동에 대한 법적 보장도 필요하다. 예컨대 이들의 도움으로 해결된 분규나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부여해 노사가 반드시 지키도록 유도해야만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박호환 아주대 교수 (사)한국조정중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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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