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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경고등 앞에 선 한국불교

종교가 ‘박제’가 될 때가 있다. 그때 종교의 생명은 시들고 종교의 껍질만 남는다. 2500년 전 인도가 그랬다. 오랜 세월 내려오던 브라만교(힌두교의 전신)는 박제가 돼갔다. 성직자는 계급을 나누고, 제사를 지낼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삶의 고뇌,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했다.

그때 붓다가 등장했다. 붓다는 생기 없이 말라가는 브라만교적 전통에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그리고 피가 도는 새로운 깃발을 올렸다. 그게 바로 불교다. 붓다는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귀족과 천민을 가리지 않고 삶의 고뇌, 생활의 고민을 어루만졌다. 하염없는 기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치유책을 제시했다. 당시 불교는 ‘피가 도는 생명체’였다.

2000년 전의 이스라엘도 그랬다. 숱한 세월을 내려오던 유대교는 박제가 돼 갔다. 신의 숨결을 망각한 제사장들은 제의와 율법만 강조했다. 그래서 종교는 의무감의 울타리에 갇히고 말았다. 교인들의 고뇌, 구체적인 일상의 문제는 울타리 밖으로 튕겨 나갔다. 삶과 종교, 그 사이에 건너기 힘든 강이 흘렀다.

그때 예수가 등장했다. 그는 “어리석고 눈먼 자들아!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동물을 잡아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이다”며 말라버린 유대교에 반격을 가했다. 그렇게 올라간 것이 기독교의 깃발이다.

그런 기독교도 다시 박제가 됐다. 중세의 교회가 그랬다. 돈을 주고 고위 성직을 사고, 그 돈을 채우기 위해 다시 면죄부를 팔았다. 종교는 구원의 창구가 아니라 사업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때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14~18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정법(正法)을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이 열린다. 도법 스님과 무비 스님 등이 주축이 돼 모든 일반인 참가자와 함께 벌이는 난상토론이다. 표적은 한국불교의 현주소다. 이들은 “한국 불교가 ‘붓다 당시’로부터 너무나 멀어졌다”고 진단한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의미심장하다. 조계종의 선(禪)수행이 도그마(독단)가 되진 않았나. 어째서 재가자에게 간화선 수행은 어렵디 어려운 고행으로만 비치는가. 지금의 수행법이 실제 사람들의 지지고 볶는 일상에 대한 치유제로 작용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물음은 계속된다. 세속을 떠난 절집에서 왜 깨달음의 안목보다 법랍(출가 후 절집 나이)과 출신 문중을 더 따지는가. 그건 불교의 숨결보다 ‘절집 인맥’과 ‘절집 이력서’를 더 중시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종단 정치판’의 세속적인 꼴불견은 또 뭔가.

불교계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이런 자성의 목소리는 분명 경고등이다. 역사 속에서 종교가 박제가 될 때는 늘 이런 경고등이 켜졌다. 이걸 무시한 종교는 어김없이 박제가 됐다. 그래서 궁금하다. 경고등 앞에 선 한국 불교계는 브레이크를 밟을까, 아니면 액셀러레이터를 밟을까. 경고등은 켜졌다. 깜!박!깜!박!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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