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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라이벌

세계 어느 나라에나 정적(政敵)은 있는 법이지만 일본 총리를 역임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와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만큼 오랜 기간 골수에 사무치는 싸움을 벌인 예도 흔치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의 이름 첫 글자를 딴 이른바 ‘가쿠후쿠(角福) 전쟁’이다. 1972년 자민당 총재, 즉 일본 총리 자리를 두고 맞붙은 이래 세 차례에 걸쳐 당권을 놓고 총력전을 치른 두 사람의 권력 투쟁은 ‘전쟁’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격렬했다.

다나카와 후쿠다는 출신 배경과 지지자들의 계층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다나카는 자수성가형의 정치인이었던 반면 후쿠다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장성 관료 경력을 가진 엘리트였다. 두 사람은 공식 석상에서는 말조심을 했지만, 사석에선 늘 상대방을 폄하했다고 전해진다. 다나카는 후쿠다를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절하했고, 후쿠다는 다나카를 “배운 것 없는 사람”이라고 얕잡아 봤다는 건 일본 정가에서 유명한 얘기다.

두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됐지만 가쿠후쿠 전쟁은 37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지금은 4대 연속으로 총리(모리-고이즈미-아베-후쿠다)를 배출하며 후쿠다 파벌의 후예들이 당권을 장악한 자민당과, 자민당을 뛰쳐나간 다나카 파벌의 후계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실력자로 버티고 있는 민주당 간의 여야 대결로 양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를 이은 전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자녀인 다나카 마키코 의원과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는 고이즈미 내각에서 각각 외상과 관방장관으로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사사건건 대립했다.

공동의 적과 싸울 땐 협력자였지만 눈앞의 권력을 놓고 다툴 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반목과 대립도 가쿠후쿠 전쟁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 게 없다는 느낌이다. 당사자인 YS가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특수 관계”라고 표현한 데는 조금의 과장도 느껴지지 않는다. 무덤까지 갖고 갈 것처럼 보였던 양김의 반목이 YS의 병문안을 계기로 봄눈 녹듯 풀리게 됐다. 이제는 DJ가 화답할 차례다. 하루속히 병상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 두 사람이 두 손 맞잡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예영준 정치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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