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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결승] 53에 얽힌 긴 이야기

'제22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결승'
○·강동윤 9단 ●·이창호 9단

제5보(48~53)=48, 50으로 잡고 흑도 51, 53으로 잡아 바꿔치기가 완결되었다. 누가 봐도 귀보다는 하변 두 점이 커 보인다. 하나 백엔 A의 선수 끝내기에다 B의 이삭줍기도 남아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날 수순이지만 백이 C를, 흑이 D를 차지하자(이것으로 바둑은 즉시 종반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백의 미세한 우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흑은 어디서 이상했을까. 목진석 9단은 53을 지목했다. 이 수로 ‘참고도’ 흑1로 두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1로 둔다면 흑▲ 두 점이 잡힐 일도 없고 E의 끝내기도 제격이어서 실전과는 덤 정도 차이가 난다. 한데 천하의 이창호 9단이 이런 쉬운 수를 못 볼 리 없다.

하도 궁금해서 급히 강동윤 9단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참고도’ 흑1에 두면 “움직인다”고 했다. 이때는 백6이 선수로 듣는 만큼 그냥 죽이지 않고 뭔가를 한다는 것이다.

박영훈 9단도 “움직이면 50 대 50의 승부다”고 말한다. 정수는 53이라는 것이다. 해서 다시 물었다. 53에 두어 이기기 힘든 형세라면 지금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박영훈은 말했다. “그런 관점이라면 그렇지만 지금 흑이 꼭 나쁠까요. 이창호 9단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바둑이란 이런 것이다. 찰나의 버팀과 늦춤, 기세와 움츠림 속에서 승부가 번개처럼 오가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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