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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읽기 BOOK] 바람둥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왜?

천 개의 사랑
다이앤 애커먼 지음, 송희경 옮김
살림, 542쪽, 2만원

그리스 신화에서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 순결을 더럽힌 이들을 징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믿어졌다. 페터 파울 루벤스 그림. [살림출판사 제공]
“그녀는 그 어떤 여자보다 사랑스럽고/찬란하고 완벽하며/새해 어느 멋진 순간에 지평선 위로/내려앉는 별처럼/화사한 빛을 발하며/그윽한 눈길을 보내네/입술은 사나이에게 마법을 걸고/목은 가늘고 반듯하며/가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탐스럽네.”

지금 읽어도 그럴싸한 이 연애시는 사실 기원전 1300년 무렵 고대 이집트에서 작자 미상의 인물이 지었다. 제목은 ‘사랑을 구하는 대화’. 이렇듯 인간에게 사랑이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감정이다.

미국의 저술가인 지은이는 ‘사랑’과 관련한 모든 것을 모아보려고 시도했다. 역사 속의 사랑에서 정신의학 속의 사랑, 사랑의 화학작용에서 섹스와 최음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야기를 수집해서 ‘박물관’을 짓듯 책에 담았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사랑의 화학작용과 관련한 부분이다. 두 사람이 서로 매력을 느끼면 뇌에서 페닐에틸아민(PEA)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뇌를 흥분시켜 열광상태로 몰아 간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도취감을 느끼며 원기를 얻고 낙천적이 된다. 넘치는 활력을 주체 못해 밤새워 이야기하거나 정사를 벌이면서 행복해 한다. 문제는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로맨틱한 관계가 있어야만 신나게 살아갈 수 있는 ‘유혹중독자’들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부적절한 파트너를 택하거나 짝사랑에 빠지기 쉽다. 사랑을 잃으면 괴로움과 우울증에 빠지게 되므로 다시 사랑에 빠짐으로써 이를 치유하려고 애쓴다. 인간 세상에서 바람둥이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다.

사랑은 이국적인 배경에서 더욱 잘 자란다. 스트레스, 색다른 분위기, 두려움 때문에 감각들이 고조될 때 사랑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함께 모험을 한 남녀가 사랑에 빠져 마지막 장면에서 꼭 키스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육체적인 사랑의 힘을 길러주는 최음제는 오랫동안 남자들의 관심사였다. 초콜릿·향수 등 다양한 물질이 사랑의 증진을 위해 사용되어 왔다. 지은이는 인삼이 신경계 전반을 튼튼하게 하여 성기능에도 효험이 있다 고 소개했다. 아스파라거스는 정력에 필수적인 칼륨·인·칼슘이 풍부하다고 한다. 지은이는 “그 무엇도 절대적이고 조건 없는 어머니의 사랑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결론 내린다. 어머니의 사랑은 거저 받은 선물이고 괴로움을 겪는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의존할 수 있는 최후의 품이다. 연쇄살인범에게도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지 않으냐는 지은이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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