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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한 곳에 텃밭 가꿔 산 교육

중·고교마다 불량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다른 학생들을 불러다 괴롭히는 곳이 한두 곳씩은 있다. 이 같은 학교 안 우범 장소를 자연을 배우고 노동의 가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밝게 바꿔 놓은 학교가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1동 용봉중.

광주 용봉중 학생들이 8일 학교 뒤뜰에서 상추·깨 잎 등을 따고 있다. 이 학교는 불량 학생의 탈선 장소였던 뒤뜰에 채소를 심어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 학교 건물 후관과 뒷담장 사이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은행나무와 잡목·잡초 등이 우거져 으슥했다. 자연히 품행이 바르지 못한 학생들이 꼬였고, 학교 측은 골치를 앓았다.

이곳은 3월 정찬형(56) 교감이 처음 관심을 갖고 남자 교사와 행정직원들이 가세하면서 점차 변해 갔다.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쓸모 없는 나무를 베고 쓰레기들을 치운 뒤 밭을 간 것이다. 그리고 각종 작물의 씨앗이나 모종을 구해다 심었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작업을 인부를 사 맡기지 않고, 정우성(58)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손수 처리했다는 사실이다. 김형돈(38·컴퓨터과목) 연구부장은 “교직원 등이 수업을 마친 뒤 어두울 때까지 땅을 파고 블록을 놓는 등 직접 일해 만든 작품이라서 더 애정이 가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담뜰’ ‘보람뜰’이라고 이름이 붙은 채소밭은 길이 약 80m, 폭 2~3m. 현재 상추·고추·오이·가지·파프리카·호박·미니토마토·깨·아욱·박·여주·옥수수 등이 자라고 있다. 30㎡ 정도씩 9개 학급에 분양, 남녀 학생들이 풀을 뽑고 물을 주는 등 손수 가꾼 것들이다.

김현(2학년·14)양은 “조그만 씨앗이 자라서 갖가지 모양의 잎과 줄기가 나고 각양각색의 열매를 맺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교사나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상추나 깻잎 등을 뜯어다 씻어서 밥을 싸 먹거나 집으로 가져가 먹기도 한다. 미니토마토 같은 것은 붉게 익기가 무섭게 학생들이 따 먹는다. 채소밭 주변 곳곳에는 야생화와 영산홍도 심었다. 또 통로에는 보도 블록을 깔아 학생들이 실내화를 신고 오가며 머리를 식힐 수 있게 했다.

정우성 교장은 “학교 뒤뜰이 우범 장소에서 벗어나 밝고 정겨운 공간으로 변해 이젠 학교의 이야깃거리와 자랑거리가 됐다”며 “아이들에게 산 교육장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정서 순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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