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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독립영화 만세 3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이 감독, 재기발랄하다. 지난해 독립영화계 최고 수확으로 꼽힌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34). 인터뷰 내내 풍성한 비유를 잊지 않은 그는 영화에서도 샘솟는 ‘말발’을 과시한다. 이런 식이다. (커피를 마시다가) “영화와 도넛의 공통점은?/같이 먹을 때 할인해주는 것?/ 아니, 핵심을 비워놔야 인기가 있다는 점/ (여기서) 핵심은 인류의 삶, 노동자의 미래같은 것.”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주목받는 윤성호 감독. 그는 “우리 편끼리만 동의하는 영화는 싫다”고 말했다. [청년필름 제공]

‘은하해방전선’은 실연한 젊은 영화감독 영재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우여곡절을 담은 영화다. 멜로와 코미디, 세태비평을 오간다. 애인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영재는 실연했고, 온갖 장황한 말이 넘쳐나는 영화판도 실속없기는 마찬가지다. 윤 감독의 분신으로 보이는 영재는 마침내 실어증에 걸린다.

윤 감독은 국내 독립영화 진영이 외연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대중적인 멜로와 세태비평의 경계에 있는 영화 스타일이 그렇고, 시네필도 감독 지망도 아니었던 ‘출신성분’ 또한 이채롭다. 수다와 연애담이라는 사적인 화법과 사적인 소재를 통해, 젊은 세대의 삶을 관통하는 정치적 이슈들을 슬쩍 건드린다. 시장주의, 경쟁주의에 포획된 젊은 세대의 암울한 초상을 그리면서도 유머와 익살을 잊지 않고, 세태를 비평하지만 정색하거나 리얼리즘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다. 영화를 숭배하며 예술영화 전통에 투신하는 영화광 감독이라기 보다는, 영화든 TV든 디지털 매체를 갖고 수다 떨고 노는 데 익숙한 유희적 감독이다.

#첫 장편 ‘은하해방전선’은 시나리오 작성에서부터 후반작업까지 3개월에 완성됐다. 그 자신은 “무용담으로 포장되는게 싫다”고 하지만 시나리오를 쓰면서 캐스팅하고 로케이션을 다녔다. 촬영도 18회차에 마무리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기자 지망생이던 그는 “군생활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 자신과 전혀 다른 블루 칼라들의 건강한 생명력, 군대 상층부에서 일어나는 코미디 뺨치는 조직논리 등을 경험했다. “‘순풍산부인과’가 인기였는데 제대하면 군에서 본 얘길가지고 시트콤 ‘순풍연대’를 만들리라 생각했다니까요. 하하”

‘은하해방전선’은 감독 특유의 왕성한 수다를 통해 진정한 소통 가능성을 묻는 영화다.

지난 해 ‘은하해방전선’이후 그는 두 편의 옴니버스를 만들었다.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숏숏숏’ 중 단편 ‘신자유청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 인권영화 ‘시선1318’이다. 상영 중인 ‘1318’은 처음부터 “고교 방송반 아이들이 만든 UCC처럼 찍었다.” 한 소녀가 자살했다는 루머가 퍼진 마을의 아이들이 펼치는 수다를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드러낸다. “오디션을 통해 출연배우를 뽑고, 그들에게 취재한 내용을 기초로 대본을 썼죠.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질서를 존중하지는 않으면서 부지불식간에 그것을 닮아있어요. 싫지만 대세니까 동승하자는 의식이 아주 강하죠. 요즘 한국사회의 10대는 20~30대, 40대와 고민이 똑같아요. 그게 불행이죠. 앞으로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이런 대세에 동승하기 싫어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영화예요.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까 괜찮다는.”

#영화광이라기 보다는 다독가 출신인 그의 영화는 문학적 인용으로 넘친다. ‘시선1318’에는 김경주 시인의 시, 인디밴드 ‘아마추어 증폭기’의 가사가 대사로 채택됐다. “박수칠 태세 갖춘 우리 편만 설득하고 동의하는 영화는 싫어요.” 독립영화인으로서 대중성과 소통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말이다. “독립영화계 외연이 커졌지만 아직 많이 어렵죠. 하지만 결국 저만 잘 하면 될 것 같아요. 한국사회가 영화 소재는 무궁무진하게 제공하거든요. ‘볼링 포 콜롬바인’이나 ‘화씨 9·11’같은 영화가 쏟아질 때가 되잖았을까요?”

최근 그의 관심사는 ‘욕망’. “‘은하해방전선’을 찍을 때는 소통의 기술을 몰라서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예 욕망이 너무 다른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좀 더 멋지게 살라고 사회가 부추기는 욕망, 나도 옳다구나 결탁하는 욕망, 나에게도 드글드글한 욕망. 이 욕망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마도 다음번에는 부쩍 성장한 그의 영화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양성희 기자

◆‘2009 독립영화만세’ 선정은 이상용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유운성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 김난숙 ‘영화사 진진’ 대표, 중앙일보 문화부 영화팀 양성희·기선민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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