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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단함 유머로 푸는 변두리 인생들

장편소설 『날아라, 잡상인』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소설가 우승미씨는 “실제로 지하철 안에서 마주친 한 잡상인을 소설 소재로 삼았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강석경의 『숲속의 방』의 공통점은?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1977년 시작된 ‘오늘의 작가상’은 올해 ‘웃음’의 손을 들어줬다. 밑바닥 인생인 지하철 잡상인들의 세계를 다뤘지만 개그 프로그램 뺨치는 웃음이 묻어나는 소설가 우승미(35)씨의 장편 『날아라, 잡상인』(민음사)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이다.

소설은 전반부 세태소설의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 ‘나’는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지만 3년간 방송사·대학로 등에서 천덕꾸러기 노릇만 하다 막 지하철 잡상인계에 발을 들인 참이다. ‘나의 목격담’을 통해 전하는 지하철 잡상인들의 세계는 감칠맛 나는 ‘사회학 보고서’같다.

우선 잡상인들 사이에서 ‘단가치기’라는 은어로 통하는 상품 설명. 나는 한 달에 수 백만원대의 이익을 올리는 업계의 전설적 ‘기아바이(잡상인을 뜻하는 업계 은어다)’들을 통해 절대로 ‘상품을 판다’는 멘트를 날려서는 안된다는, 지하철 상술의 ABC부터 배워나간다. 반드시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다”는 멘트부터 시작해야 한다. ‘분할의 오류’라는 간단치 않은 원리도 적용해야 한다. 분할의 오류는 ‘전체 또는 집합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 부분이나 원소들도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추론하는 오류’다. 칫솔을 팔기로 작정한 나, 칫솔의 품질 설명에 앞서 치아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라는 충고를 받는다.

중반부, 내가 스물아홉 동갑내기 청각장애인인 수지를 만나면서 소설은 휴먼 드라마로 분위기가 바뀐다. 시각·청각 장애인이지만 소설을 쓰는 수지의 동생 효철 등 나보다 더한 처지인데도 꿈을 잃지 않는 수지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나도 변화를 꿈꾼다.

인터뷰를 위해 지하철을 타고 온 우씨는 9일 “지하철은 운송 수단이기도 하지만 때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간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잠잘 곳, 또 다른 이들에게는 생활을 위해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생업의 공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극단으로만 옮겨가는 것인지. 지하철 사람들은 사는 곳도 꼭 달동네 아니면 빌딩 옥탑방 등 지하의 반대편 극단이다.

우씨는 “삶이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재치 넘치는 신세 한탄 유머를 통해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딱히 지하철 잡상인같은 변두리 인생을 끌어들인 이유에 대해 우씨는 “내 자신 엄청 가난했다.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 뿐”이라고 말했다. 개그 대사 같은 소설 문장들은? 우씨는 “소설 쓴다고 잘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어깨 힘 빼고 즐겁게 쓰려고 한다. 즐겁게 쓰다보니 소설이 재미 있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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