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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우승하고 왔습니다”

“보이십니까, 감독님. 우승하고 왔습니다. 보이소. 이 상패가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이거 보시고 이제는 아무 걱정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제자들이 일일이 인사 올리겠습니다. 마지막 제자들 얼굴 보고 격려해 주이소.”

동의대 선수가 고 조성옥 감독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에서 우승패와 감독상패를 올리고 있다. [양산=송봉근 기자]

9일 오후, 고 조성옥 동의대 감독의 유골이 안치된 경남 양산 석계 하늘공원엔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기세였다. 전날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 우승을 차지한 동의대 선수단이 우승기를 앞세우고 도착하자마자 가랑비가 흩날렸다. 하늘은 선수들의 슬픈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듯했다.

고 조성옥 감독을 대신해 팀을 이끈 이상번 코치는 납골당 1층 창가에 자리한 고인의 유골 앞에 우승기를 바쳤다. 대회 MVP인 문광은(4학년)이 우승 상패를, 에이스 윤지웅(3학년)이 감독상 상패를 올렸다.

우승 소식을 전하던 이 코치는 결국 흐느끼고 말았고 늘어선 제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 코치가 절을 올린 후 선수들은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엎드려 떠나간 스승의 명복을 빌었다.

프로야구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하고 부산고-동의대에서 고인과 21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이 코치는 “대회 도중 감독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반드시 우승기를 들고 떳떳하게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우승을 못했다면 감독님 뵐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감독님이 하늘에서 우승을 기뻐하시고 편안히 쉬실 것 같다”고 목메어 말했다.

이 코치는 “감독님은 야구를 향한 열정이 너무나 뜨거웠다. 겉으론 엄하고 강하고 독해 보였어도 내면은 여리고 정이 너무 깊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 엄하게 대했다. 운동장에서는 한없이 엄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정이 넘쳤다”고 말했다. 고인의 49재를 지낸 후 감독직을 이어받을 이 코치는 “지도자로서 해야 할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의 뜻을 이어받아 참신하고 강한 팀으로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결승전 승리 투수인 문광은은 “우승을 했을 때 같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우승패를 마지막 선물로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감독님의 마지막 제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감독님 이름이 빛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부산고에서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 백차승(샌디에이고) 등을 길러낸 고 조성옥 감독은 2007년 동의대 감독을 맡아 지난해 종합선수권 우승, 올해 4월 대학야구 춘계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 직후 간암이 발견돼 투병해오다 지난 4일 별세했다. 동의대는 8일 하계리그 결승전에서 성균관대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고인을 위해 빈손으로 ‘영혼 헹가래’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양산=한용섭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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