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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강동윤, 이창호 꺾고 후지쓰배 품다

제22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강동윤이 우승컵을 들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소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덤덤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강동윤 9단도 천재과에 속한다. 피아니스트처럼 긴 손가락에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은 감수성, 은근한 장난기와 나직한 조소, 그러면서도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어 특유의 농담으로 덮어 버리곤 하는 강동윤. 그가 지난 6일 이창호 9단을 격파하고 제22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이창호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 7연속 준우승). 비정한 승부세계의 저 꼭대기에 또 한 명의 독특한 캐릭터가 얼굴을 내민 것이다.

결승전, 그러니까 이창호 9단과의 바둑을 놓고 긴 얘기를 주고받은 뒤 어떻게 그리 덤덤할 수 있는지 다시 물으니 “그냥 덤덤한데요” 한다. 묻는 내가 바보다. 앞으로 계속 우승할 거니까 하나도 흥분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강동윤은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다.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되물으니 “그런가요”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를 가르친 권갑룡 7단은 “말수가 적은 편이다. 항시 야망을 가슴에 품고 있는 듯 느껴졌다”고 강동윤의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이제 만 20세. 하지만 또래의 젊은이들에 비하면 한참 어른스럽다. 수입도 많다. 이번 우승 상금만 1500만 엔(약 2억원). 국내대회 우승 5회에 지난해 월드마인드스포츠게임 개인전 우승, 농심배 5연승 등으로 성가가 높아졌고 국내 랭킹도 이세돌·이창호에 이어 3위에 오른 지 꽤 된다. 강동윤의 다음 목표는 필시 이세돌 9단과 중국의 구리 9단일 게다. 하지만 그는 이들 이름이 나오자마자 “나는 약한데요, 나는 초보예요”라며 한발 도망친다. 초보라는 말이 너무했던지 곧 ‘중수(中手)’ 정도로 고쳐 달라고 한다. 바둑의 길은 멀다. 이세돌과 구리는 바둑의 깊은 묘리에 눈을 떴을까. 강동윤은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멀었어요. 공부할 때 가끔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아까와 달리 사뭇 진지해진 강동윤의 어조가 무겁게 느껴진다. 속기에 능해 지금까지 주로 속기대회에서 우승했고 3시간짜리 세계 무대에서는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서서히 궤도에 오르더니 드디어 올해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창호 9단은 17세 때, 이세돌 9단은 19세 때 세계대회 첫 우승을 기록했다. 강동윤은 20세다. 점차 경쟁이 심화된 점을 감안하면 결코 밀리지 않는 기록이다.

처음엔 순 전투파였으나 지금은 굉장히 짠 실리파에 속한다. 수읽기에서 강점을 보이고 큰 승부, 즉 결승전에 강하다. 이창호-이세돌의 뒤를 이을 다음 세대 기사 중 최선두에 서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강동윤 9단이 본 승부처

후지쓰배 결승전
○강동윤 9단 ●이창호 9단


<장면1>=고수들의 승부는 터럭 한 올 차이에서 결정난다더니 이번 후지쓰배 결승전이 그랬다. 52로 젖혔을 때 이창호 9단은 53으로 후퇴했고 이 바람에 60까지 당해 흑이 미세한 차이로 뒤지게 됐다. 한데 53을 61 자리에 두면 실전과는 근 5집 차이가 나고 이건 흑 우세다. 흑은 왜 물러섰을까. 이 수수께끼에 대해 강동윤 9단은 “물러서지 않으면 백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흑이 53이 아닌 61 자리에 두면 백도 △ 두 점을 버리지 않고 A 등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백도 대모험이다). 그러므로 53의 후퇴는 기세 부족일 수는 있어도 패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장면2>=강동윤은 77을 흑의 패착으로 지목했다. 이 수는 A에 붙이는 한 수라는 것. 백B, 흑C로 진행되면(백은 D의 약점 때문에 반발할 수 없다) 실전보다 월등하다는 것. 이 판은 228수에 끝나 백이 2집 반 이겼다. 한데 모든 게 완벽했고 앞서 얘기한 두 군데에서 터럭만 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53을 61 자리에 두었으면 일찌감치 큰 풍파가 일어났을 것이고 승부는 5대 5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보면 53의 후퇴가 패착이라는 설도 맞다. 하지만 77로 A에 두었으면 아직 모르는 승부. 그래서 강동윤은 77을 최종 패착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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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