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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부동산 ‘큰손’들이 돌아왔다

금융자산만 100억원이 넘는 자영업자 이모(62)씨는 이달 초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둔 40억원을 빼내 서울 잠원동 5층짜리 상가 건물을 샀다. 그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에 다다른 것 같고 상가시장도 곧 살아날 것 같아 샀다”며 “상가를 리모델링한 뒤 되팔거나 임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김상훈 부동산전략팀장은 “자산가들이 금융상품보다 부동산 투자 상담을 더 많이 요청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큰손’들이 돌아오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금융상품 등에 몰려 있던 이들의 뭉칫돈이 아파트와 상가·빌딩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개인 뭉칫돈의 부동산시장 유입은 경기 회복 및 부동산값 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정수익과 시세차익에 관심=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시중은행 PB(프리이빗 뱅커)들은 “단기 금융상품에 돈을 묵히며 관망하던 자산가들이 요즘에는 부동산에 마음을 쏟는다”며 “50억~100억원대의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안 팔리던 상업용지 재입찰에 1000억원의 신청금이 몰리고 판교 상가가 통째로 매각되는가 하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한꺼번에 팔리는 현상이 이를 반영한다.

특히 고정수익이 생기는 상가나 중소형 빌딩 쪽에 큰손들의 관심이 많다. 판교신도시에 짓고 있는 스타식스 로데오(지상 4층)는 이달 초 개인 투자자에게 80억원대에 팔렸다. 상가빌딩 투자자문업체인 포커스에셋 김민수 대표는 “임대수익을 위해 상가 건물 매입에 나서는 큰손들이 늘었다”며 “한 달에 한 건도 거래하기 힘들었는데 이달에만 50억원 이상 물건 거래를 3건이나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역세권 다세대 주택과 점포 겸용 상가도 인기 상품이다.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골드클럽의 김창수 PB팀장은 “정부가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을 촉진하자 30억~100억원짜리 소형 건물을 리모델링해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임대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큰손들이 경기 호전을 예상하고 움직인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달 16일 공급된 판교신도시 상업용지 등 10개 필지 중 상가 용지 2필지가 개인투자자에게 각각 58억원과 16억380여만원에 팔렸다. 이 땅은 지난해 6월 입찰에 부쳐졌으나 전혀 안 팔려 이번에 재분양된 것이다. 삼성증권 김재언 부동산연구위원은 “1년 전 유찰됐던 땅이 갑자기 팔린 것은 큰손들의 뭉칫돈이 움직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는 미분양 아파트에도 뭉칫돈이 돌아다닌다. 서초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는 분양가가 10억~30억원대로 만만치 않지만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거의 다 팔렸다. 임상환 분양소장은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노릴 요량으로 분양가가 8억원이 넘는 86㎡짜리 소형 아파트 3~4채를 계약한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 식사지구 위시티 자이 시행사인 DSD삼호 이상연 부장은 “60대의 한 주부가 지난달 식사자이 중대형 아파트 15채를 본인과 친척 명의로 사들였다”고 전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는 없고=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고 부동산시장도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하는 자산가가 많다”고 말했다.

저금리 현상도 한몫한다. 금리 인하로 금융상품 수익률이 떨어지자 시세차익을 올리고 임대수익도 짭짤한 부동산 상품으로 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면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이 최고라는 믿음도 강하다. 이 같은 큰손들의 부동산 입질에 대해 아직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도 있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는 “뭉칫돈 유입은 강남권 등 특정 지역과 상품에 한정되고 있다”며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유동성 잔치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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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