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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 하늘에서 돈 떨어지는 곳 ‘21세기 보물 지도’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이달 4일 오후 3시쯤 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 최영진(52·여) 박사가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최 박사는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장을 맡고 있다. 최 박사와 6명의 연구원은 커다란 풍선을 지상 200m 높이까지 띄워 올렸다가 끌어내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풍선에 달린 손바닥만 한 장비(라디오 존데)는 기온·풍향·풍속·습도를 측정해 지상으로 송신한다.

최 박사팀은 제주도부터 서해 백령도, 강원도 향로봉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전 지역을 대상으로 바람자원 지도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가시리에서 지도 제작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를 얻기 위해 2주일 동안 바람을 관측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름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 지구온난화 걱정에 온실가스도 줄여야 한다. 그래서 풍력 발전이 더 주목받는다. 1년 내내 초속 5m 이상 일정한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곳을 찾는 게 관건이다. 풍력발전기 설치 장소를 물색하는 데 꼭 필요한 자료가 바람지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곳이 어딘지를 알려주는 ‘21세기 보물지도’인 셈이다.

최 박사팀은 2007년 작업을 시작했다. 전국 500여 곳에 설치된 자동기상측정망(AWS)의 풍향·풍속 자료를 분석, 가로·세로 10㎞ 단위의 바람지도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강원도 미시령 같으면 연평균 풍속이 초속 7.8m이고, 초속 5m 이상으로 바람이 부는 시간이 전체의 74.6%라는 ‘바람의 품질’ 정보를 담았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경우 연평균 풍속은 초속 6.5m이고 최대 풍속은 초속 34.3m인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가로·세로 10㎞ 내에서도 바람의 질은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최 박사팀은 지난해 전국을 가로·세로 1㎞ 단위로 세분한 바람지도를 만들었다. 전 세계 연구팀들이 많이 사용하는 미국대기과학연구소(NCAR)의 기상예측모델에 지형과 식물분포에 대한 자료까지 넣었다.

산등성이에는 바람이 더 세고, 골짜기에는 바람이 줄어드는 현상 등을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이다. 풍력발전의 선진국인 독일에도 이처럼 상세한 바람지도는 없다.

기상연구소에서 제작한 세계에서 가장 세밀한 바람 지도(제주도 가시리 , 10X10m 단위).
최 박사팀은 올 연말까지 가로·세로 10m 단위의 바람지도(사진)를 완성할 예정이다. 지표면에서 부는 바람뿐만 아니라 50m, 80m, 100m, 120m 높이의 풍속까지 담는다. 같은 산·언덕이라도 정확히 어느 위치에 풍력발전기 기둥을 세우는 게 좋은지까지 넣을 예정이다.

최 박사는 “바람지도는 홍길동의 집을 어떻게 가는 게 빠르고 효율적인지를 안내하는 내비게이터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바람지도는 민간업체에 공개된다. 민간 기상업체가 풍력발전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3시간 단위의 기상예보 기술이 결합되면 바람지도의 위력은 더 커진다.

폭풍이 불거나 태풍이 왔을 때 풍력발전기 가동을 미리 멈춰 발전기 날개가 파손되지 않도록 해준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응용될 수 있다. 바람이 잦아들어 풍력발전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그만큼 화력발전소 가동을 늘려 전력 수요를 맞추는 것이다. 최 박사는 “바람지도 제작 기술은 우리 풍력발전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바람’ 잡는 기상연구소 최영진 박사팀

최영진 박사(오른쪽에서 둘째) 팀이 제주도 서귀포시 가시리에서 풍향·풍속·기온 등을 측정할 풍선을 띄워 올리고 있다. [서귀포=김경빈 기자]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에는 23명의 연구원이 일한다. 이 중 바람과 태양광 자원지도 제작에는 최영진 박사 외에도 김규랑·변재영·장기호·이은정·신임철 박사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바람지도 제작은 전국 500여 곳에서 실제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국토에 대해 바람 자원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개발된 다양한 기술이 쓰인다. 대표적으로 도시 한복판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바람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초고층 빌딩 대신 산과 계곡을 넣고 예측을 하면 그게 바로 바람자원 지도가 되는 것이다. 최 박사팀은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태양광 지도도 만든다. 전국 어느 지역의 일사량이 많은지를 바탕으로 만들지만 전국에서는 태양광을 잴 수 있는 측정장비인 일사계가 22대에 불과하다. 실측 자료가 적기 때문에 연구팀은 특정 지점의 위도(緯度)를 근거로 이론적인 태양에너지의 양을 먼저 계산하고, 비와 구름으로 인해 줄어든 일사량을 빼주는 방식이다. 구름 효과는 인공위성 자료를 받는다.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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