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5000명 회원과 108 산사 돌며 ‘108 번뇌 소멸’ 기도

스님은 “산사는 우리들 마음의 쉼터로 정화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순례기도회에 참가한 회원들은 마음을 정돈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행으로 공덕을 쌓는다. 사진 배경은 삼각산 기슭 도선사 경내. 신동연 기자
1의 1제곱, 2의 2제곱, 3의 3제곱을 모두 곱하면 108이 된다(11 x 22 x 33=108). 그래서인지 인도에서 108은 고대부터 신비의 숫자로 알려졌다. 인도에선 신(神)마다 108개의 이름이 있다고도 한다. 티베트 불교에는 108가지의 죄가 있다고 하며 자이나교에서는 108가지의 덕행이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108은 친숙한 숫자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겪는 번뇌가 108가지가 있다고 본다. 염주 알은 108개다. 최남선이 1926년에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시조집의 이름도 ‘백팔번뇌(百八煩惱)’다.

번뇌는 피하지 말고 정면 대응 해야
번뇌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삼각산 도선사 주지인 선묵 혜자(禪默 慧慈·57) 스님이 제시하는 방법은 108이라는 숫자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스님은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책으로 그치지 않고 이제는 하나의 운동, 하나의 신행(信行) 단체의 주춧돌이 됐다. 스님과 5000명의 회원들은 책에 나오는 산사를 한 달에 한 곳씩 방문한다. 108배를 올리고 기도하고 공덕을 쌓아 108번뇌를 소멸시킨다. 행사가 끝나면 순례한 사찰의 이름이 새겨진 염주알을 스님이 나눠준다. 모두 모으면 108염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의 활동은 국내뿐만 아니라 네팔·스리랑카·캄보디아를 대상으로 하는 선교·구호활동으로까지 뻗쳐 있다. “한국 불교는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는 은사인 청담 스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인정받아 선묵 혜자 스님은 노인 복지 공로 대통령 포장(2002), 캄보디아 정부 금관 공로 훈장(2006), 네팔 평화훈장(2008) 등을 수상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을 역임한 선묵 혜자 스님은 현재 불교신문사 사장, 청담학원 이사장, 혜명복지원 이사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저서로 『절에서 배우는 불교』 『캄보디아』 등이 있다. 9일 서울 우이동에 있는 도선사에서 스님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한 권의 책이 신심을 닦는 운동이 된 경우는 드뭅니다.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와 순례기도회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순례기도회의 정식 명칭은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 기도회’입니다. 5000명 회원들은 책을 가지고 순례를 떠납니다. 책의 빈 여백에 신행(信行) 일기를 쓰고 가정을 위한 소망의 글, 발원의 글도 적습니다.”

-책이 순례가 되고 순례는 파생 행사를 낳게 됐는데요.
“우리 순례단은 108사찰에서 108불공을 통해 108선행을 하고 108배를 하며 108번뇌가 소멸하기를 기도합니다. 기도는 공덕을 쌓는 선행과 병행돼야 합니다. 종교는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쳐 줍니다. 사람은 선행을 베풀 때 사람답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108선행을 합니다.”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선 행사 후에 열리는 직거래 장터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산사들은 농촌·어촌·산촌 지역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 특산품을 사옵니다. 지자체 단체장들이 우리에게 연락해 지역 축제 기간에 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왕이면 그 기간에 맞춰서 갑니다. 지역 홍보 효과도 있습니다.

순례단은 군부대와 신병교육대의 장병들에게 간식거리로 초코파이 전달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20만 개를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 부모님이나 어른을 잘 모시는 효자·효부를 선정해 108효행상을 줍니다. 현재 34명이 수상했습니다. 108산사 환경 지킴이 운동으로 자연보호에 앞장서고 108산사 농촌사랑자원봉사대를 발족했습니다.

108선행 운동은 그때그때 필요한 선행을 하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가뭄 지역에 생수 보내기 운동을 펼쳤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우유 보내기 운동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네팔에 학교를 지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에는 다문화가정이 많습니다. 낯선 언어·문화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회원들이 친정 엄마·언니 역할을 하는 108인연 맺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52명이 108인연을 맺었습니다.”

선행하면 善緣이, 악행하면 惡緣이
-좋은 인연이라도 인연을 맺는 게 득도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까.
“불교에서는 ‘복 중의 복은 인연 복’이라고 합니다. 태어나는 것도 인연이 있어서 태어나는 것이고 인연 따라 살다가 인연 따라 죽는 것입니다. 삶은 알고 보면 ‘인연 놀음’이라고 할 수 있죠. 설사 인연 맺기가 싫어 토굴을 파고 산다고 해도 토굴에도 벌레가 있을 것이니 뭔가 인연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좋은 인연을 맺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좋은 인연이나 나쁜 인연이나 인연 맺기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것이지요. 선행을 하고 다니면 선연(善緣)이 따라오고 악행을 하고 다니면 악연(惡緣)이 따라옵니다. 다 본인이 하기에 달린 것입니다.”

스승 청담 “불교는 산중에서 거리로 나와야”
-순례단의 궁극적인 목표나 핵심 목표가 있습니까.
“인연따라 되겠지요. 뭐 특별히 정해 놓은 것은 없습니다. 순례를 떠나 기도하다 보니 회원들에게서 좋은 선행 아이디어가 나왔고 우리는 아이디어를 하나 하나 실천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뜻있고 좋은 일,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은사인 청담 스님은 “불교는 산중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되게 실천하기 위해서죠. 현재 34개의 산사를 찾았습니다. 회비 3만원을 내고 당일 코스로 떠납니다. 목·금·토 세 번에 나눠서 갑니다. 부처님은 법당에만 계신 게 아닙니다. 부처님이 아니 계신 곳이 없습니다. 우리는 순례를 통해 부처를 찾고 내 안의 부처를 만납니다.”

-5000명이 움직이는 행사인 만큼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물론 있죠.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더우나 추우나 매달 순례에 나섭니다. 긴 여정의 길입니다. 때로는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첫발을 내디뎠으니 정상에 올라야 합니다. 그 길에는 여러 힘든 일이 있습니다. 이사를 가야 하기도 하고 몸이 아프기도 하죠. 대단한 신심이 있어야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순례 기도회를 통해 신심이 더 굳건해집니다. 그래서 참가 회원들은 ‘갔다 와서 보름 동안 기분 좋고 기다리면서 보름 동안 기분 좋다’고 합니다.”

-선행도 중요하지만 ‘순례 기도회’인 만큼 기도도 잘 됩니까.
“우리는 대중이 모이면 에너지가 응집된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수천 명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니까 기도가 더 잘 된다는 참가자가 많습니다. 혼자 조용히 기도하면 오히려 번뇌·망상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번뇌는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습니까.
“번뇌는 참다운 나를 찾지 못한 데서 나옵니다. 나를 찾고 깨달아 가는 과정에는 참선·염불·기도· 선행 등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나 속도는 개개인이 다 다를 것입니다. 처음에는 당장 내 아들·딸, 내 남편·아내를 위한 소원을 발원하기도 하겠지만 차차 기도하다 보면 자신의 참모습을 찾게 될 것입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