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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대국민 담화를”“옳으신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오른쪽),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In Korea there are issues of beef imports. In the United States there are questions about whether there’s sufficient reciprocity with respect to cars(한국에는 쇠고기 수입 문제가 있고, 미국에는 자동차 수입과 관련해 충분한 상호주의가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있습니다)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는데 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발표하는 겁니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한·미 정상회담 때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면서 문제 제기를 했다. 20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다. 청와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10여 분간 방미 결과를 보고한 뒤였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표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 FTA 원문을 손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FTA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회동은 4월 6일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난 자리였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불참했다. 선진당은 유일한 야당으로 참석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이 총재가 “국내외적으로 너무 위중하고 어려운 시기니 가서 할 말은 하고 오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20일 회동은 ‘할 말은 하러 온’ 야당 대표와 이 대통령의 단독 회담에 가까웠다는 전언이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 총재께서 계속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회동 내내 말을 아꼈다고 한다. 박 대표는 회동을 기다리는 10여 분 동안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의자에 몸을 기대고만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청와대 백악실에서 진행된 이날 회동에는 청와대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맹형규 정무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이, 한나라당에서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과 조윤선 대변인이, 선진당에서 임영호 총재 비서실장과 박선영 대변인이 배석했다.

회동 시작 5분 뒤 김성환 수석을 제외한 배석자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다. 김 수석도 한·미 정상회담 결과 보고가 끝난 뒤 퇴장했다. 이 대통령과 박 대표, 이 총재 세 사람만이 1시간3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중앙SUNDAY는 양당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 등을 바탕으로 회동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1시간40분 동안의 회동은 국내 현안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차·천신일 특검 요구에 묵묵무답
이회창: 출국 전에 대통령께서 언급했던 국정 쇄신을 위한 ‘근원적 대책’은 뭔가.

대통령: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각이 국면 전환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회창: 인적 쇄신 외에 근원적 대책이 도대체 뭔가.

대통령: 나중에 얘기하겠다.

(이 총재는 17일 당 5역 회의에서 “(대통령의) 추진력 자체를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이 총리로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회동에서 ‘추진력 있는 총리’를 건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 더 이상의 개각 논의는 없었다.)

이회창: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에 사망한 사건에 대해 적어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유감 표명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디오 방송은 몇 번 하셨지만 그것은 장막 뒤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 빨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본다.

박희태: 옳으신 지적이다. 적어도 대통령께서 대국민 담화는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통령: 알겠다. 옳으신 지적으로 받아들이겠다.

이회창: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검찰개혁특위 구성과 박연차·천신일 특검은 여당이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대통령이 아니라 박희태 대표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박 대표: ….

이회창: 세종시 문제에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대선공약으로 약속하지 않았나. 기관 이전 고시를 빨리 하라.

대통령: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 3차 핵실험 해도 보상 없어”
이회창: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통일원칙을 밝히고 북한 인권 증진에 대한 선언을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전시작전권 이양 시기를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분명한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대통령: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이므로 무효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심각해지면 조정해서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논의는 했다. 그런 취지는 서로 양해된 것으로 본다.

이회창: 5자 회담을 방미 직전에 강조했는데 왜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나. 논의 자체가 안 된 것인가, 아니면 했지만 공동선언문에는 안 들어간 것인가.

대통령: 논의가 됐고 깊은 얘기도 오갔으나 대북 관계가 대단히 미묘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 발표를 안 한 것뿐이다. 5자 회담을 하겠다는 뜻과 내용에 대해서는 방미 전 중국에도 통고해줬다. 한·미 간에 한 가지 분명하게 의견 합치를 본 것이 있다. 북한이 행동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이다.

이회창: 김정일 건강 문제나 권력승계 구도로 볼 때 북한 붕괴에 대비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 급변 사태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박희태: 대통령께서 한·미 외교와 국내 현안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회담 뒤 박 대표는 “오늘 회담으로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고 함께 고민과 해법을 공유해야 한다는 데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반성도 사죄도 대책도 준비 안 된 청와대 회동에 안 가길 잘했다”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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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