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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친위’ 전진 배치, 총리는 국민통합형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쇄신의 화두로 던진 ‘근원적 처방’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자 청와대가 “모든 문제들에 대해 열어 놓고 고민해 보자는 뜻”(박형준 홍보기획관)이라며 ‘신중 모드’로 돌아섰지만 어떤 식으로든 국정쇄신을 위한 변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치권에서 예상하는 ‘근원적 처방’의 흐름은 대체로 두 갈래다. 다음 달 제헌절을 전후로 활발해질 개헌 등 제도개혁 논의와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다. 중앙SUNDAY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두 가지 흐름을 추적해봤다.

쇄신 개각은 청문회 고려해 7월로
이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에 대해 정치권은 일단 개헌과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등 제도 개혁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개헌 의제는 공론화 시점부터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점에서 청와대는 여전히 부정적 입장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정쟁이나 권력형 비리의 근원적 개선을 위해서는 권력 구조나 의회 제도의 기본 뼈대를 담은 헌법을 고치는 게 가장 효과적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개헌은 여야 공감대가 넓어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있다. 여야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186명의 소속 회원을 둘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지난 1년간 개헌 방향을 연구해온 헌법연구자문위는 다음 달 17일 제헌절을 맞아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승수 총리(왼쪽)와 정정길 대통령실장. 중앙포토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청와대 분위기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18일 “개헌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주도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역설적으로 개헌에 대한 청와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개헌을 대통령이 주도할 경우 정략적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할 것”(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이란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 “개헌이 진짜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나라의 근간인 헌법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건 당연한 책무이자 권한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통령이 여야의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상·하 양원제를 도입하거나 권력 구조로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갖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를 검토하자는 식의 의제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던지고 국회의 논의를 촉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행정체제를 개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정부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선거구제 개편과도 맞물려 있어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로 연계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악화된 민심 수습 차원에서 당·정·청 인적 쇄신을 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이동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개각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북핵 문제와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앞두고 개각설로 정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인사청문회도 개각을 7월로 늦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 쇄신특위가 조만간 개각을 포함한 쇄신안을 청와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인데 청와대가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다녀오는 7월 중순쯤에는 자연스레 개각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인사를 둘러싼 대통령과 정치권·언론의 소모적인 평행선 긋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계 바늘을 올 초로 돌려보자. 설(1월 26일) 이전 경제팀을 포함한 인적 쇄신이 임박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이동관 대변인이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지금 나오는 인사 관련 기사는 120% 오보다. 지금은 정치개혁 등이 더 중요한 시점이고 적어도 언론에서 얘기하는 시점에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굳이 얘기하면 설 이후가 될 것이다. 대변인이 공식 발표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1월 13일)

하지만 이 대변인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불과 엿새 뒤 장관 4명과 차관 15명을 교체하는 인사안이 발표됐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면 전환용 인사나 여론에 떠밀린 인사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능력 떨어진다고 몇 달 만에 사람 자르는 일은 무척 꺼린다. 가까이 있는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인사 관련 정보를 거의 주지 않는다. 오로지 본인의 평가 기준과 계획대로 해나간다.”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다. 미디어법 처리 등 국회 상황을 봐서 마무리 국면에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현재의 장관과 청와대 참모 중 1년 이상 된 인물들이 많아 ‘선제적 인적 쇄신’의 적기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은 전자에 무게 중심을 둔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올봄부터 주변 측근들에게 핵심 포스트 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구하는 등 일찍부터 인사 구상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정길 대통령실장 후임으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측근 그룹에 의견을 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사태가 터지면서 김경한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개헌에 소극적이던 청와대, 변화 기류
개각이 현실화된다면 핵심 포인트는 국무총리 교체 여부다. 여권 분위기는 재임 기간 1년을 넘긴 한승수 총리는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총리와 관련해서는 내년 강원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등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 총리처럼 무색무취한 스타일은 주요 국정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야당과 언론의 공격에 직접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며 “새 총리를 임명한다면 분명한 컨셉트를 잡아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분권형(실세형) 총리 기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치의 상당 부분을 총리에게 위임하는 방식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나 김대중 정부 시절 김종필 총리 같은 유형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적임자로 거론되지만 이 아이디어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실세형까지는 아니지만 총리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던 강영훈·이회창 전 총리 등 처럼 추진력 있는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 적합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일각에서는 충청 출신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기용설도 나온다.

보수대연합 구상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나 심대평 대표를 총리로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대통령 측근 원로그룹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 민심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 기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진념 전 경제부총리(전북)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 총리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는 전언이다. 3선 의원에 행정 경험까지 갖췄지만 대구·경북(TK) 출신인 점이 변수다. 지난해 첫 조각 때 총리 후보로 검토됐던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 한승주 전 고려대 총장 서리, 조무제 전 대법관,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이재오·정몽준 등 정치인 입각 가능성
개각은 ‘강부자·고소영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특정 지역·학맥에서 벗어나 국민통합형 내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청문회 부담이 없는 청와대 참모진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는 직계 인사들이 전진 배치될 전망이다.

입각을 희망하는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정치인 입각에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이번 방미 기간 중 이 대통령을 수행했던 정몽준 최고위원이 외교통상부 장관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준표·정의화·황우여·이범관 의원 등도 입각을 희망하고 있다. 경제통 친박계 의원들의 입각도 검토될 수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입각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친박의 강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당권 도전보다는 입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무장관직이 신설될 경우 이 전 최고위원이 적임자로 보이지만 노동부나 지식경제부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득 의원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아예 이 의원이 주일대사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 쇄신파들이 그의 측근 3인방으로 지목한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체설이 도는 안병만 교육부 장관의 후임에는 지난해 국정원장 후보로 막판까지 경합했던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서울대 교수)이 거론되고 있다.

개각과는 별도로 공석 중인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는 이번 주에 단행될 예정이다. 올 1월 이후 공석 중인 국세청장에는 현 허병익 차장(강릉)의 승진을 놓고 이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아있다는 전언이다. 검찰총장에는 권재진 서울고검장이 유력하지만 주요 권력기관장이 TK 일색이 된다는 점이 막판 변수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유임이 확실시된다. 그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와 함께 주요 간부들에게 해병대 극기훈련까지 시키는 등 잇단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임 대통령실장엔 윤진식 부상
청와대 참모 중에는 대통령실장을 포함해 정무·민정 라인 등 상당수가 교체 대상이다. 정정길 실장에 대해서는 최근 한나라당과의 당정회의에서 당 3역을 제대로 몰라 실수하는 등 ‘마음씨 좋은 학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후임에는 김경한 장관 카드를 접을 경우 윤진식 경제수석의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 초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맡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면 경제 관료 출신은 적임자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당·청 간 소통과 청와대 정무 기능 보완을 위해 정치인 출신을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정두언 의원 등이 거명되지만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주호 교육부 차관과 불화설이 도는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은 교체 가능성이 큰 가운데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곽 위원장 후임으로는 보수 세력 결집 차원에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중용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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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