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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선동 드라마의 쾌감

세상을 뒤집어 놓은 쾌감인가. 광우병 쇠고기 괴담의 작가는 쾌재를 부르는 듯하다. 괴담은 대중의 분노와 공포심을 생산했다. 광기 같은 집단 정서를 분출시켰다. 그리고 반정부 열정으로 이어졌다. 그런 장면에서 맛본 ‘ㅋㅋ 가득한 정신적 포만감’-. 한 편의 선동 드라마로 대중을 장악한 희열은 짜릿했을 것이다.

MBC PD수첩의 작가(37·여)의 e-메일은 그런 감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아는 사람에게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검찰 공개). 지난해 거대한 촛불 시위 현장에서다. “그녀(PD)가 물었어요. ‘김여사(작가), 현장에 나와 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 ’ ㅋㅋ.”

이명박 정권은 다시 한번 부끄럽게 됐다. 엉터리 공포 드라마에 꼼짝없이 당한 게 확인됐다. 그 시사 프로는 사실 왜곡, 인터뷰 내용 조작, 과장이 넘치는 불량품으로 판정 났다. 그런데도 그 시절 청와대는 패주와 동요를 거듭했다. 작가의 메일대로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 줄을 끊어놓고…”의 상태까지 한때 밀렸다. 지금 청와대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차 떠난 뒤의 씁쓸한 고함이다.

다수 국민은 자존심이 상해 있다. PD수첩의 교묘한 짜깁기에 속아 넘어간 데 내심 당황하고 있다. 배신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괴감을 쉽게 표출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허탈함의 책임은 이명박 정권에 있다. 그때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던져 주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확실한 안전성은 지금에선 상식이다. 그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가 홀인원을 하면서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 그러나 그 무렵 정부는 그런 사실을 실감나게 전파하지 못했다.

괴담의 후유증은 지루하게 계속된다.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과 학생이다. 서민 가장들은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멀리했다. 가족과 외식 때 치킨·삼겹살 집을 다녔다. 비싼 한우는 엄두를 못 냈다. 미신에 홀린 듯한 선입관은 오래간다. PD수첩은 한국인 체질을 폄하했다. 한국인의 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것은 악의적 왜곡임이 드러났다. 조상이 물려준 민족의 건강한 체질을 모욕한 것이다. 그 악담은 민족주의 감성이 풍부한 젊은 세대에게 상처를 주었다. 한국인은 세계적인 신종 플루에도 튼튼하다.

청와대는 그때 국민 보호에 실패했다. 지금이라도 그에 대한 자책과 미안한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서민들은 전염병처럼 퍼진 괴담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청와대는 그걸 차단하지 못했다. 그런 다음 광우병 PD수첩의 턱없는 책임 회피를 압박해야 한다. 서민과 함께해야 압력 효과가 크다.

광우병 드라마의 후유증 한쪽엔 긍정적 요소도 있다. 이제 다수 국민은 가짜 선동극에 익숙해졌다. 역설적인 학습 효과다. 광우병 괴담은 오보와 사실을 교묘히 혼합했다. 일반적 상황에는 사실을 깔아놓고 결정적 대목에 거짓을 배치했다. 그럴 경우 시사 보도의 파괴력은 커진다. 그것이 선동 드라마의 기본 원리다. 국민 건강권을 지킨다는 깃발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괴담이 힘을 쓰면 반(反)정부 세력이 개입한다. 거기에 편견과 이념을 주입하고 집단 시위로 결집한다.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반MB 공세로 연결 짓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활용은 한계에 부딪쳤다. 애도와 정쟁을 분리하는 국민의 감별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좌파 세력 중 과격 3류 좌파들은 궐기 상태다. 그들은 괴담의 생산과 유포에 유혹을 받고 있다. 정부는 사실과 거짓을 분리, 차단하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역사관과 진실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책임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다. 청와대 지하 워룸의 선제적 공세 대상은 선동적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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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