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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최면 후 암시 현실에선 가능성 희박

영화 ‘올드보이’한 장면
최면은 공포 영화나 TV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은 최면이 부정적으로 그려진다.반인륜적 행위를 하게 하는 장치(올드 보이)이거나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제압하는 수단(드라큐라), 불륜 관계를 맺어주는 매개(얼굴없는 미녀)로 최면을 활용한다.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인 영화 ‘올드 보이’에선 최면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장치다.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 납치, 감금됐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는 풀려나기 직전 여성 최면술사에게 최면이 걸린다. ‘최면 후 암시(최면 상태에서 암시를 걸어 각성 상태에서 그대로 행동하게 하는 기법)’라는 기법이다. 예컨대 최면 상태에서 “숫자 6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암시를 주고 “2 더하기 4는?” 이라고 물어도 6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대수는 풀려난 날 저녁에 찾아간 일식집에서 여종업원 미도(오대수의 딸)를 만난다. 그때 그에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넌 누구냐, 넌 누구냐. 넌 누구냐. 나한테 최면 걸었지. 무슨 최면이야?'오대수가 다급하게 묻지만 전화가 끊긴 뒤다. 미도가 자신의 손을 오대수의 손에 올리자마자 그는 픽~ 하고 쓰러져 잠이 든다. 영화는 인륜을 저버리고 부녀간의 성관계를 하게 되는 것이 여자가 건 최면 때문인 것으로 설명한다.

공포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선 탤런트 김혜수가 경계선성격 장애 환자로 나온다. 끊임없이 버림 받을 것이라는 환상에 시달려 자살을 기도한다. 그녀는 정상과 정신분열증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최면 상태에서 정신과 의사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아일랜드 소설가인 브람 스토거의 소설 ‘드라큘라’를 영화로 만든 이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다. 영화에서 드라큘라는 최면술과 변신술에 능한 것으로 묘사된다. 드라큘라의 힘은 ‘최면’에서 비롯된다. 먹잇감을 골라 최면을 건 뒤 피를 빨아 서서히 목숨을 빼앗는다. 이들에 비하면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주연을 맡은 미국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최면을 긍정적으로 다룬 편이다. 잘 나가는 남성이 최면에 걸려 뚱뚱한 여성을 미인으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그렇다면 ‘올드 보이’에 나오는 최면은 현실에서 가능한 것일까. 답은 사실상 ‘노’다.

설기문 마음연구소 설 소장은 “이론상 가능은 하겠지만 실제 확률이 매우 낮다”고 말한다. “최면은 최면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최면에 걸리는 사람의 의지와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신질환을 고치려는 환자들은 간절히 최면 상태에서 완치되기를 갈구하기 때문에 최면에 잘 걸린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최면 감수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올드 보이에 나오는 최면 후 암시는 가능하지 않다.”

설 소장은 “여염집 여자에게 최면을 건 뒤 옷을 벗으라고 하면 여자가 동의하겠나. 피 최면자가 자신의 도덕 기준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려운 암시라면 듣지 않는 것은 물론, 최면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최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최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최면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Q&A로 풀어봤다.

-최면은 위험하지 않나
“최면 자체는 위험할 게 없다. 단순히 정신을 집중하고 몰입경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면은 최면사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 최면사가 환자가 내놓는 무의식에서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면 환상을 진실로 믿을 수 있다.”

-최면 상태에서는 의식이 없는 건가
“아니다. 의식이 살아 있다. 다만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무의식의 세계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이해하면 된다. TV에서 방영하는 ‘최면 쇼’를 보면 피 최면자가 최면사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긴 한다. 하지만 그때도 두 사람 간에 대화가 이뤄진다. 아무리 최면에 깊이 걸렸어도 의식이 살아 있어야 최면이 진행된다. 최면 상태에선 무의식에 잠겨 있던 속마음이 잘 나타난다.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잠자는 것과도 다르다.”

-최면 중에 개인적인 비밀이 드러나는 건 아닌가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면에 아무리 깊이 걸려도 의식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은 말하지 않는다.”

-최면사가 나쁜 행동을 지시하면 따르게 되나.
“스벵가리 효과라는 게 있다. 스벵가리는 미국에서 상영된 옛날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이다. 최면사인 그는 여성들에게 최면을 걸어 자기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하고 범죄까지 저지르게 한다. 그러나 최면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완전한 오해다. 최면사가 일방적으로 최면을 걸거나 특정한 행동을 하라고 시킨다고 따르지 않는다. 최면은 자발적인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최면을 통해 전생을 알 수 있다는 게 과학적 근거가 있나
“전생이란 것은 특정 종교의 교리와 연관이 돼 있다. 전생의 존재 여부와 사실인지는 과학적 검증이 어렵다. 전생퇴행이나 전생치료와 관련해 논란이 많다. 최면에서 전생의 기억은 암시의 산물이다. 결국 전생치료라는 최면 방법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전생의 사실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전생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는 무의식적 기억 내용을 통해 현재의 문제 또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치료를 위한 지혜를 찾는 것이다.”

-최면이 끝난 후 못 깨어나면 어떻게 하나
“내 경험상 그런 걱정을 하는 환자들은 대개 최면 중에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못 깨어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건 최면에 걸려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는 무의식적 소망의 표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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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