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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가출 항해 스토리 <3> "여보, 나 지금 굴업도 가는 중인데"


얼렁뚱땅 바다로 가출을 하긴 했지만 켕기는 구석이 있었는지 애처가 중 애처가인 허영만 화백님이 사모님께 전화로 '가출 상황'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출항 전에 우리에겐 "바다에서는 육지 소식 다 잊자. 전화도 하지말고, 받지도 말고" 그러더니 어느새 꼬리를 내리고 사모님과 닭살 돋는 대화를... ^^

허화백님은 현재 『꼴』과 『식객』두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매일 연재라는게 등골 빠지는 중노동입니다. 특히 식객은 현장 취재 없이는 작품을 이어나갈 수 없는지라 2주에 한번쯤은 2~3일씩 지방 출장도 가야합니다. 평소엔 당연히 화실에서 문하생들과 함께 작화 작업에 몰두합니다. 체력과 정신력 없이는 버티기 힘든 스케줄입니다. 이번 항해가 창작활동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허화백님께 정신적인 여백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닻 내릴 장소는 어딘데?"

"굴업도 철탑 오른쪽에 선착장이 있거든요. 그 앞 바다가 물돌이는 좀 심하지만 수심이 좋고 우리가 써도 되는 앵커가 묶여있다네요."

집단가출호 선원 중 누구도 굴업도를 가본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굴업도는 신대륙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출항한 지 어느덧 7시간. 시간이 흐르며 굴업도는 해도상에만 나타나있는 환상의 섬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잠시 후 굴업도가 기어이 수평선 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저녁이 되며 바람이 일기 시작했으나 북서풍... 굴업도까지 정확히 맞바람입니다.

이제 태양이 많이 기울었습니다. 수면이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8시간이 조금 넘는 비교적 긴 세일링 끝에 마침내 목적지에 이르렀습니다.

이 곳.... 잡지에서 본 해외의 어떤 요트 정박장보다 아름답습니다. 야영장은 선착장 남쪽의 백사장인 큰마을해변으로 정했습니다. (사진 21)

휘영청 밝은 달이 바다를 어루만지는 가운데 집단 가출한 사나이들이 둘러앉았습니다.

파도소리, 달빛, 그리고 우리뿐인 텅 빈 백사장...

피곤하지만... 소주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결국 이장님 댁에서 마련해준 아귀백숙을 안주로 가볍게 한 잔 했습니다. 아귀 백숙은 이 동네 사람들이 물텀벙이라고 부르는 아귀를 살짝 말려 떡을 찌듯 쪄낸 것으로 양념 간장에 찍어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첫 밤을 보내고 아침이 왔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화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바다 안개가 살짝 끼었지만 집단가출호 선원들이 단체로 백사장 산책에 나섰습니다. 세상에... 모래가 어찌나 고운지 발바닥에 별다른 감촉이 느껴지질 않을 정도입니다.

모두들 천성이 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집단가출 멤버들인지라 아침 댓바람에 섬의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굴업도의 산들은 가파르지 않고 부드러운 구릉입니다. 어느 쪽으로 눈길을 돌려도 백만불짜리 경치가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이곳은 굴업도의 서쪽입니다. 여기부터 중국까지는 섬이 없는 망망대해.

무릎 높이로 자란 풀들은 자세히 보니 모두 억새입니다. 가을에 억새 필 무렵 찾아와도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야영했던 큰마을해변 백사장이 내려다보입니다. 백사장 길이는 약 600m. 물이 멀리 빠져나갔지만 물 빠진 곳도 여전히 아름다운 백사장입니다.

사진 가운데 끊긴 듯 이어진 섬은 '토끼섬'입니다. 밀물 땐 섬이 되지만 물이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송철웅 (레전 전문 프리랜서)

▶집단가출 항해 스토리 <1> 6개월의 준비, 그리고 출항

▶집단가출 항해 스토리 <2> 요트를 구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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