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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시인 네번째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촌에서 맷돌이나 쪼고 상석이나 다듬었을 석공이 세웠음직한 탑 한 기가 논바닥에 있다. 정교함이나 세련미는 보이지 않아도 그 탑은 이 나라 산천과 역사 속에서 저 자신이 탑인 것을 알며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 나도 내 시들이 그렇게 시이게 하고 싶다."

이상국 (李相國.52) 시인이 최근 네번째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를 펴냈다 (창작과비평사刊)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살고 있어 "강원도 양양에 가면 설악산과 동해, 이상국 시인을 만날 수 있다" 고 서울 문인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의 시를 통해 일부러 지어 화려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시의 본때를 만날 수 있다.

"큰 산이 작은 산을 업고/놀빛 속을 걸어 미시령을 넘어간 뒤/별은 얼마나 먼 곳에서 오는지//처음엔 옛사랑처럼 희미하게 보이다가/울산바위가 푸른 어둠에 잠기고 나면/너는 수줍은 듯 반짝이기 시작한다//별에서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별을 닦으면 캄캄한 그리움이 묻어난다/별을 쳐다보면 눈물이 떨어진다//세상의 모든 어두움은/너에게로 가는 길이다" '별' 전문이다.

산과 별과 고독과 거기서 우러나는 그리움 등 가장 전통적인 시적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바로 그 속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살고 있는 시인이기에 추상적이지 않고 눈과 마음에 잡힐듯 선명하다.

그리고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에 항상 귀를 열고 있다. 그 소리는 별에서 들리는 소리일 수도 있고 또 세간 (世間) 의 소리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이씨의 시들은 우주와 나, 이승과 저승, 있는 것과 없는 것, 해탈과 속세를 바로 이웃하여 보여주고 있다.

"선림 (禪林) 으로 가는 길은 멀다/미천골 물소리 엄하다고/초입부터 허리 구부리고 선 나무들 따라/마음의 오랜 폐허를 지나가면/거기에 정말 선림이 있는지//......//말이 많았구나 돌아가자/여기서 백날을 뒹군들 니 마음이 절간이라고/선림은 등을 떼밀며 문을 닫는데/깨어진 부도 (浮屠)에서 떨어지는/뼛가루 같은 햇살이나 몇됫박 얻어 쓰고/나는 저 세간의 무림 (武林) 으로 돌아가네" '선림원지 (禪林院址)에 가서' 첫 연과 끝 연이다.

마음의 오랜 폐허 다잡기 위해 선림을 찾지만 끝내 '니 마음이 절간' 이라며 인간의 마음과 세상으로 내려온다. 선림이라는 절간과 인간세계의 애증이 함께 하는 시심으로 이씨는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에서 인간뿐 아닌 세상의 모든 것에 이웃으로서의 따뜻함을 돌려주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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