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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추미애가 들어야 할 얘기

그의 글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졌다. 무수한 말줄임표. 신혼의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4월 하순 이렇게 썼다.

“5월 31일 이후엔 일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막막할 뿐입니다. 윗분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계속 일을 같이 하고 싶지만 법이 지정한 기간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매일 뉴스를 보며…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 그는 다시 썼다. “계약종료 해고 예고통지서를 받으니 어쩔 줄 모르겠네요. 구직사이트에 원서를 200개 정도 넣었는데 3곳 정도만 면접을 보자고 하네요. 면접 보는 사람이 저뿐이겠습니까. 법만 통과만 된다면… 지금 당장에 해고라도 안 된다면…일할 수 있게만 된다면….”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이 글을 읽었을까. 그랬다면 좋겠다. 현재 비정규직 법안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이가 바로 추 위원장인 까닭이다. 읽었을 수도 있다. 추 위원장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이니 말이다.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법 개정에 반대한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여긴다. 7월 시행에 들어갈 텐데 그전에 무슨 개정 논의냐는 입장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란 건 정부여당의 호도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러라고 있는 곳인 국회는 피하고 있다. 상임위는 열어도 비정규직 얘기만 나오면 산회 방망이를 두드린다. 동료 환노위원들은 제쳐 두고 자문위원이란 엉뚱한 사람들과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논의의 첫 출발이랄 수 있는 상정조차 거부한 채다. 그런데도 “위원장 마음대로 상정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변한다.

추 위원장은 세탁소집 둘째 딸이다. “하루 두 끼를 김칫국으로 해결할 만큼 가난했다”고 한다. 그럼 알 거다. 가난에도 차원이 있다. 고용의 질을 따질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처지가 나은 거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력이 있는 기업은 그럭저럭 괜찮은 곳이다. 진짜 도움이 절실한 데는 그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 기업이다. 정부 주장대로 100만 명이 아닐 수도 있다. 수만, 수천 명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숫자가 적다고 엄연한 현실을 못 본 채 있자는 게 추 위원장이 주장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정부여당의 안이 미흡할 순 있다. 하지만 “법 때문에 해고당한다는 인식은 없어야 한다. 법이 원망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이영희 노동장관)는 마음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 그건 독선이다. 호황기의 고용 조건을 불황기에 그대로 적용하자는 건 오만일 수 있다. 게다가 정부·여당이 야당과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 한 걸음 물러난 터 아닌가. 그게 부족하다면 추 위원장과 야당이 더 보완하면 된다. 근래 작가들이 불소통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말이 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엔 언제나 인간이 있다. 우린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선다.” 추 위원장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법도 사람을 위하는 일이다. 신혼의 그 가장, 이미 직장을 잃었을 거다. 추 위원장이 달리 선택했다면, 아마 달랐을 거다.

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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