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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거리서 밤새우는 동안 민생은 국회서 잠들다

9일 밤을 서울광장에서 지샌 민주당 의원들은 10일 하루도 광장에서 보냈다. 오후 7시로 예정된 6·10 민주항쟁 22주년을 기념하는 자칭 범국민대회를 자신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정한 대로 서울광장에서 열리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박주선·김진표·송영길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앞장섰고 당직자·보좌진과 당원들에겐 동원령이 내려졌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도 가세했다.

10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야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회의 시작 직후 한나라당의 단독 진행에 항의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한 뒤 퇴장했다. [김형수 기자]

이들은 광장 확보를 위해 몸싸움도 불사했다. 오전 7시40분쯤 대회 진행을 위한 음향장비 등을 실은 차량이 광장에 진입하는 것을 경찰 병력이 막아 서자 민주당 강기정·우윤근 의원, 민노당 강기갑 대표 등이 달려들어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날이 밝아 광장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이 늘자 의원들은 돌아가며 정부를 성토했다. 정세균 대표는 “민심을 외면하는 정권의 말로는 항상 좋지 않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서울광장을 열고, MB 악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 일방 통행하는 불통 정부”라고 비판했다. 오후에 열린 문화제에선 송영길 최고위원과 오영식 전 의원 등이 민중가수들과 더불어 마이크를 잡았다. 송 최고위원은 ‘광야에서’를 오 전 의원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했다. 지켜보던 한 당직자는 “의원들이 2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9일 민주당 의원들의 서울광장 기습 점거는 지난해 연말 본회의장 점거를 연상케 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본회의 예정일(12월 26일) 이틀 전 소속 의원 2명을 본회의장에 잠입시켜 점거 루트를 확보했었다. 당시 소품들도 재활용됐다. 의원들이 비에 젖은 잔디 위에 깔고 앉은 건축용 스티로폼과 돗자리는 본회의장을 점거한 12일 동안 의원들의 침대로 쓰였던 것들이었다. 의원들은 “본회의장은 공기가 안 좋았는데 그에 비하면 훨씬 낫다”(안민석 의원) “그땐 침낭도 있었는데 이번엔 노숙을 하려니 허리가 아프다”(신학용 의원)는 등의 반응이었다. 잠시 자리를 뜨려던 의원들은 “어딜 가느냐”는 재야 운동권 출신 최영희 의원의 호통을 듣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휴대전화로 TV 뉴스를 시청하고, 보좌진에게 신문을 주문하는 등 언론에 비친 모습에도 신경을 썼다.

민주당은 일단 11일부터 한나라당과의 국회 일정 협의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과의) 협상 때문에 장외로 나가는 게 아니다”며 “11일부터는 한나라당 원내대표단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외투쟁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시니어’ 모임 소속인 김성순 의원은 “국회도 광장”이라며 “22조원이나 쏟아붓겠다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저지 등 원내에서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고 지적했다.

임장혁·백일현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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