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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무작정 유예 옳지 않아 … 정치권, 책임 있는 자세 가져야”

이영희(사진) 노동부 장관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7일 출국했다. 이 장관은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직업학교와 고용사무소 등을 둘러보던 중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보호법의 적용 시점을 2~4년 유예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노동부는 4월 비정규직 고용 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안을 중심으로 국회를 설득해 왔다.

이 장관은 9일 본지와 긴급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 장관은 답답한 듯 한숨부터 쉬었다. 이 장관은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여당이 설득하고 끌고 가야 하는데….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적용을 유예키로 했다.

“정치적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비정규직 법안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법 때문에 해고 위험에 처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노동부는 현장 실사와 연구용역 등으로 수집된 여러 자료를 토대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고용 제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을 내놨다. 그런데 정치 논리를 앞세워 논의도 않고 무작정 유예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 방침이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얘기인가.

“노동계, 즉 양 노총이 반발하지만 그들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명분뿐이다. 현장에선 각 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묵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 노총이) 반대 목소리만 내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런 입장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반발이 부담돼서 정부의 법안을 논의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진지하게 검토하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의 방침대로 2년의 고용 기간 제한을 그대로 둔 채 시행 시기를 유예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나.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 법의 목적(비정규직 보호)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위기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하면 유예 기간이 끝난 뒤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근본적 문제라는 것이 무엇인가.

“2년으로 고용 기간을 제한한 것은 급진적이다. 경제나 기업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예전엔 기간제 근로자(일정 기간 일하도록 계약한 근로자)도 계약 갱신이 가능했다. 계속 일할 수 있었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2007년 7월) 전, 기간제 근로자의 평균 근로 기간은 2년6개월이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기간을 너무 짧게 제한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법을 시행하지도 않고 개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기대한 효과(정규직 전환)는커녕 부작용(실직)이 눈앞에 예견돼 있는 상황이다. 이걸 알면서 ‘시행한 뒤 문제를 고치자’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문제가 나타난 뒤 해결하려 하면 더 어려워진다.”

-노동계에선 정부의 개정안이 비정규직을 더 늘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법에서도 비정규직을 쓰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그런데 근무 기간이 늘면 정규직 전환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경력과 숙련도가 높아져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도 쉽다. 법 때문에 해고당한다는 인식은 없어야 한다. 법이 원망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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