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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개통 연기 촌극

10일 지하철 9호선 개통연기 발표를 앞두고 서울시는 아침 일찍부터 부산했다. 고위 관계자 회의가 이어졌고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언론브리핑은 갑자기 오후 1시40분으로 늦춰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 관계자는 “개통을 연기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볼 것인지를 놓고 진통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브리핑을 코앞에 두고도 입장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는 얘기다.


정작 브리핑에서는 연기 방침을 적은 짤막한 보도자료만 배포됐을 뿐 이렇다 할 설명자료도 없었다. 서울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연기 방침이 갑자기 결정돼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엉성한 서울시의 모습은 앞서 9호선 개통 준비 과정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개통과 운영 준비를 민간 사업자에게 대부분 맡겨 놓고는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점검과정을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교통카드 인식 등 운영과 관련한 중요 부분은 통상 한 달가량 현장 테스트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고친다.

그러나 서울시와 민간운영 사업자인 서울메트로 9호선㈜ 측이 개통 연기를 결정하기 전까지 현장 테스트를 한 기간은 단 3일이었다. 서울시 이인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당초 6월 초에 현장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실험실 점검에서 오류가 발견돼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방연근 수석연구원은 “지하철처럼 이용객이 많은 교통수단은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며 “몇 달을 해도 부족할 현장 테스트를 겨우 3일만 했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작지 않은 오류를 발견했지만 무리하게 개통 일자를 정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9호선을 6월 12일 개통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서울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교통카드 인식이 잘 안 되는 등 문제가 심상치 않아 개통 일자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 간의 협조관계도 원활치 않았다고 한다. 양측은 개통에 앞서 요금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서울시는 기존 지하철 수준인 기본요금 900원을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 측은 1500원가량을 고집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기본 요금 900원으로 일단 개통한 뒤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각종 기술적 오류에 대해 민간 사업자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이 시청 내에 제법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메트로 9호선의 안희봉 대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개통 연기를 발표한 10일 언론브리핑 장소에는 메트로 9호선 측에서 안 대표만 참석했을 뿐 기술적 설명을 해줄 엔지니어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운영에 필수적인 사항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9호선의 디자인이나 외형 홍보에만 너무 집착했다는 비판도 있다.

개통 연기의 피해는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장재혁(43)씨는 “개통만 기다렸는데 실망이 너무 크다”며 “미리미리 꼼꼼히 준비했어야지 개통을 코앞에 두고 연기가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연규 철도교통연구실장은 “개통 연기는 서울시의 관리부실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준비는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이현택 기자

◆지하철 9호선=한강 남쪽을 횡단하는 노선. 1단계로 개화~신논현(25.5㎞)이 건설됐고 2단계 방이역까지는 2014년께 완공된다. 건설은 서울시가, 운영은 민간회사가 맡는 방식이다. 총사업비는 4조6000억원. 급행을 타면 개화에서 신논현까지 27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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