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학생 실력 높이고 취업 잘 시켜 지방 명문대학 만들 것”

주변이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시골에 있는 4년제 대학. 정문으로 들어서자 큼지막한 전광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취업률 전국 대학 1위’ ‘7년 연속 취업률 90%’ ‘대학교육역량사업 전국 사립대 1위’…. 충남 논산시 대학로에 있는 건양대학교. 한 해 신입생 1900명, 전교생이 8000명인 조그만 시골 대학이 정부도 인정하는 성과를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희수(81) 총장은 8일 “학생 실력을 높여 취업을 잘 시키는 것이 시골 대학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공부를 가장 많이 시키고, 가장 잘 가르치는 취업 명문 대학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열정적으로 비전을 쏟아냈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만난 사람=양영유 교육데스크

-학교 곳곳에 ‘취업 명문’ ‘공부하는 대학’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습니다.

“학생과 교직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입니다. 올해도 신입생 충원률 100%, 재학률 104%, 임상병리사 시험 100% 합격, 안경사 국가고시 2년 연속 100% 합격의 성과를 냈습니다. 입시 경쟁률도 평균 7.4대 1이었습니다. 지방대가 학생 채우기에 급급하지만 우리는 편입생을 합쳐 재학률이 104%입니다.”

-18년밖에 안 된 지방 사립대가 그런 성과를 낸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단과대가 없고 44개 과를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서울 유명 대학처럼 백화점식으로 과를 만들면 승산이 없습니다. 누가 취업도 안 되는 지방의 조그만 대학에 지원하겠습니까. 다른 대학에 없는 전공을 만들고, 철저히 실용학문 위주로 교육해 취업시키고 있어요. 학생 개개인의 적성도 종합관리해 취업과 연계시켜요.”

-경제난에도 취업률 1위를 했습니다.

“정확히는 신입생 모집 규모 1000~2000명의 대학 중 1위입니다. 7년 연속 졸업생의 90% 이상이 취업했습니다. 정규직은 70% 정도 됩니다. 규모가 큰 서울 명문대나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전체와 비교해도 최상위권입니다.”(※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은 68%, 정규직은 50%를 밑돈다.)

-취업률을 높이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간판만 좋으면 뭐합니까. 우리는 명성은 좀 떨어지지만 더 열심히 합니다.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토익을 정규과목으로 하고, 1학년은 컴퓨터 자격증 세 개를 의무적으로 따야 합니다. 전공별 자격증도 필수입니다. 학생 실력이 좋아 기업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은 유명 대학 출신을 선호하지 않습니까.

“건양대는 ‘입학=취업’의 컨셉트로 운영합니다. 대학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60평생 먹고 삽니다. 하루에 몇 시간만 투자하면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학생이 바라는 기업의 ‘미스매칭’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르칩니까.

“대학이 취업 정거장이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문의 요람이니, 지성의 전당이니 하며 폼만 잡으면 뭐합니까. 그건 배부른 소리입니다. 건양대에는 다른 대학에 없는 과가 많습니다. 올 3월 개설한 국방공무원학과를 비롯해 운동처방학과, 병원관리학과, 제약공학과, 의료뷰티학과, 안경과학과 등이 대표적입니다. 실습과 현장 위주의 교육을 통해 교수들이 개인지도를 합니다. 1학년 때 지도교수가 졸업 때까지 바뀌지 않아요.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과외를 받습니다. 초·중·고처럼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정말 대학생들에게 과외를 시킵니까.

“주변에 변변한 학원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방과후에 두 시간씩 어학, 컴퓨터, 전공실무,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합니다. 교수나 외부 강사가 가르치죠. 연간 200개 강좌에 4700명이 수강합니다.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참여합니다.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으면 수첩에 바로 적어요.”(※김 총장은 메모광이다. 수첩 수십 개를 보여줬다.)

-학교 안에 있는 취업매직센터 건물이 특이합니다.

“전국 대학 최초로 2003년에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지었습니다. 취업·진로 상담실, 모의 면접실, 어학실습실, 멀티미디어 강의실을 갖추고 연중으로 특강과 실무 교육을 진행합니다. 1년에 1200명 이상이 개별 모의면접 실습을 합니다. 면접 시 복장이나 걸음걸이, 메이크업, 자세 등을 녹화해 전문교수가 짚어줍니다. 4층에는 자격증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용 숙박시설도 갖췄습니다. 100여 개 대학이 벤치마킹해 갔어요.”(※올 4월 건양대에서 전국 180여 대학이 취업교육 심포지엄을 열었다.)

-취업률이 높다고 질도 좋은 것은 아닐 텐데요.

“고민을 많이 합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지요. 취업의 전공일치도가 70% 이상 됩니다. 세무학과는 세무공무원 시험에 22명 합격했고, 제약공학과는 졸업생 전원이 제약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임상병리학과는 올해 첫 졸업생 전원이 국가고시에 합격한 데다 수석도 나왔습니다. 유명 대기업에도 수십 명이 들어가지만 계속 늘리는 것은 과제입니다.”

-고등학생 같아 학생들이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공부하는 게 학생의 본분입니다. 한 해 예산 800억원 중 100억원은 장학금으로 줍니다. 1년에 네 차례는 꼭 토익시험을 봐야 합니다. 공인 토익시험장도 유치했습니다. 기업체에 원서를 내려면 토익 700점 이상은 기본인데 자격도 갖추지 못한 지방대생을 누가 뽑아주겠습니까.”

-입학식과 졸업식을 사흘 동안 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방대 자격지심을 버려라’ ‘자신감을 가져라’는 뜻을 심어주려는 것입니다. 올 신입생 1900명을 두 달간 모두 만나 고충을 들었습니다. (웃으며) 여학생들은 ‘오빠 총장님’이라고 불러요.”

-교수들이 피곤해 할 것 같습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에게 교수가 봉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논산으로 이사오지 않으면 교수 채용을 안합니다. 시간표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골고루 배치합니다. 강의를 특정 날짜에 몰아넣고 학교에 안 나오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휴강을 하려면 총장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학생이 돈을 내고 교육받겠다는데 휴강을 왜 합니까.”

-교수 평가는 어떻게 하나요.

“교실마다 시간표를 붙여 놓고 무슨 강의가 진행되는지 공개합니다. 380명의 교수 강의평가를 연봉과 성과급에 반영하고, 강의를 못하면 재교육을 합니다. 다른 교수가 강의를 듣고 지도도 하죠. 경쟁은 필수입니다.”

-교직원이 녹색 유니폼을 입은 게 특이합니다.

“직원이 학생과 학부모를 잘 모시라는 취지입니다. 교직원 사무실도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리로 만들었습니다. 교직원도 전원 연봉제를 적용해 급여도 차등 지급합니다.”

-나이를 잊고 일하시는데 건강관리는….

“매일 밤 9시에 자고 새벽 3시30분에 일어납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대전 건양대 병원에 4시에 도착해 응급실을 시작으로 병원을 점검합니다. 그러면 5000보가 됩니다. 논산 캠퍼스에 오전에 출근해 캠퍼스를 걸으며 학생을 만납니다. 그러면 하루 1만2000보 이상 걷게 됩니다. 술은 전혀 못하고 담배는 30년 전 끊었습니다.” (※오전 11시40분, 김 총장의 만보계에는 8240이 찍혀 있었다. 건양대는 대전에 의대가 있다.)

-대학 총장 맏어른으로서 후배 총장들에게 조언을 해 주십시오.

“학생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됩니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학생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대학은 교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한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교육의 열정에 배가 고픕니다.”(※지방대 중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70% 이하인 곳이 17개다.)

글=양영유 기자, 사진=건양대 제공

◆건양대 김희수 총장=충남 논산이 고향(1928년생)이다. 연세대 의대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등에서 수학하고 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를 세웠다. 79년 논산에 건양 중·고교, 91년에는 건양대를 설립해 육영사업에 나섰다. 건양대 이사장을 거쳐 2001년부터 직접 총장직을 맡아 8년째 대학을 이끌고 있다. 수첩을 갖고 다니며 늘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하루 1만2000보 이상을 걷는 게 취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