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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빈 발자취, 상상력으로 메워”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백두산을 수 차례 오르고, 정밀한 지도 때문에 첩자로 오인받아 옥사한 인물. 소설가 박범신(63·사진)씨가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에 매혹된 것은 이 두가지 설화 때문이었다. 그의 첫 역사소설 『고산자』(문학동네)가 출간됐다.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인물탐구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이는 사실이 아니란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이기봉 박사가 “김정호는 이미 발간된 각종 지도류를 종합해 과학적 안목으로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발표한 게 2006년이다. 흥선대원군 때 첩자로 오인받아 옥사했다는 것 역시 학계의 정설이 아니다. 김정호를 후원한 벼슬아치 최한기·신헌 등이 첩자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호의 고향이 어디인지, 언제 나고 죽었는지 어떤 사료에도 기록이 없어요. 모두 신분으로 인한 겁니다. 역사가 이 사람을 유기했습니다. 그는 시대로부터 따돌림당한 고(孤)산자입니다.”

김정호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중인, 혹은 그보다 미천한 신분이었기에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적 상상력으로 공백을 메울 여지가 많았다. “길에서 떠도는 자이고, 핍박받는 자로 그리되 근거 없는 속설은 버렸습니다.”

소설에서 고산자는 간도에서 청에게 조선 첩자로 몰리고, 피나무를 벌목했다가 양반계급에게 곤욕을 치른다. 실학이 유행하고 곳곳에서 민란이 일어나던 당시 시대상도 담았다. 가령, 홍경래의 난 진압 지원군으로 차출된 김정호의 아버지는 관이 나눠준 잘못된 지도 때문에 길을 잃고 목숨도 잃는다.

현대인들의 관심사인 영토 문제도 반영했다. 대동여지도에 우산도(독도)가 빠진 건 예민한 한·일 관계에서 논란거리가 되곤 한다.

“대동여지도는 휴대하기 쉽게 위·아래로 접을 수 있는 22첩 분첩절첩식 목판본입니다. 축척을 맞춰 독도를 넣으려면 바다만 나타나는 목판 2개를 더 끼워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제가 고산자라도 뺐을 것 같아요. 변호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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