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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 인간-로봇 공존사회

몇 주 전, 친구가 조그만 이탈리아 식당을 열어 집사람과 함께 축하도 할 겸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나이 50이 넘은 지긋한 연배의 친구가 우리 부부에게 저녁식사에 곁들이기 적당하다며 와인 하나를 추천해 준다.

“이 와인은 1995년산으로 이탈리아 로마 북부의 키안티 지방에서 생산된 멀롯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원하는 드라이한 맛은 덜하지만 오크통에서 숙성된 깊은 사과 향이 오늘 저녁식사와 잘 어울릴 것 같군.” 이 친구가 이 정도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은 지난 10여 년간 와인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직접 찾아 다니며 교육을 받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했다. 미래 시대에는 로봇이 이 친구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는 멋과 풍류를 갖추지는 못하겠지만,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이 친구가 한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전자회사가 와인에 다양한 파장의 적외선을 투사해 그 결과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53종에 이르는 와인의 포도 품종과 재배 장소, 그리고 단맛의 정도 등을 감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센서가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는 로봇에 장착되면 그 정확성에 있어서 인간 소믈리에(와인 감정사)의 능력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이 소믈리에 역할까지 대신할 수 있게 된 데는 초소형 전자정밀 기계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기술은 예전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인간의 오감에 해당하는 감각기관들을 아주 훌륭하게 대신할 수 있는 센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물의 움직임 및 모양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 눈 기술, 극소량의 가스나 화약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어 인간의 후각 능력을 능가하는 인공 코, 힘의 크기나 마찰 그리고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인공 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혁신적인 센서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단 인간과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갖게 된 로봇들은 기존의 주요 활동 영역이었던 산업현장에서 뛰쳐나와 우리의 생활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게 될 것이다.

TV가 등장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개발되면서 현대인의 문화 생활 양상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바뀌었다. 일례로, 요즈음 어린이들의 놀이 상대는 대부분 집에 있는 TV나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에 로봇이 우리 인간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면, 이들의 영향력은 지금의 컴퓨터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컴퓨터가 갖고 있는 여러 기능에 덧붙여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인간성’이라는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계로서가 아니라, 친구 같기도 하고 선생님 같기도 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예고하고 있는 로봇은 우리 인간의 문화를 송두리째 바꿀 것임에 틀림없다. 이들 로봇은 거의 인간 생활 전반에 관여하게 될 것이다. 자녀들 교육 보조에서부터 할아버지의 취미생활 동반자 그리고 안내나 공연에 이르기까지 로봇이 생활의 전 분야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인간-로봇 공존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로봇이 만드는 연극과 영화, 그리고 로봇이 등장하는 음악회는 우리 인간에게 다른 차원의 감흥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신기하기만 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자리 매김하게 될 또 하나의 인격체가 제공하는 새로운 감흥 말이다.


김문상 KIST 프론티어 지능로봇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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