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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싸고 또 갈라진 제주 민심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마을 포구엔 ‘해군기지 결사 반대’라고 적힌 20여 개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삼삼오오 주민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태환 도지사의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운동이 화제였다. “주민투표를 위한 서명 인원이 기준을 넘었다”는 소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 갈등이 컸던 듯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도지사가 이쯤되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주민이 입을 뗐지만 화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근을 지나던 할머니는 “그래도 투표로 뽑은 도지사인데…. 그게 경(그렇게) 쉽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50대로 보이는 다른 주민은 “관광 미항으로 만든다는데, 마을이 오히려 발전하는 것 아니냐”며 소환운동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실명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꺼렸다.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갈라진 마을 인심 때문이다.

제주도는 요즘 ‘도지사 주민소환 서명운동’으로 뒤숭숭하다. 서명운동은 해군기지 조성에 반대하는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한 달여 만에 주민소환 청구에 필요한 서명 인원을 넘겨 도민의 찬반 투표가 굳어지고 있다. 이에 민심은 찬반으로 나눠져 성명전을 벌이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의 고유기 집행위원장은 이날 “주민소환을 위한 요건을 갖춘 만큼 반드시 지사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환본부는 지난달 중순 선관위에 1900여 명의 서명요청권 수임자(서명을 받는 주민 대표)를 등록,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등에서 서명을 받아 왔다. 10일까지 받은 서명 참여 인원은 4만2963명. 주민소환법에서 규정한 주민투표 청구인 최소 요건(제주도 19세 이상 투표권자 41만6490명의 10%인 4만1649명)을 넘어섰다. 김 지사는 주민소환 투표 대상이 된 첫 광역단체장이라는 불명예를 얻을 공산이 커졌다.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은 강정마을에 들어설 해군기지 사업이 발단이 됐다. 김 지사는 2007년 5월 도민 여론조사를 거쳐 해군기지 사업을 수용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54.3%, 반대 38.2%였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는 “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4월 말 국방부·국토해양부·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면서 반발 강도는 더 커졌다. 주민소환 운동본부를 구성, 지사 소환운동에 나섰던 것이다.

앞으로 서명부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되면 투표 절차는 시작된다. 열람, 서명 심사, 지사 소명 등을 거쳐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도지사 직무는 정지된다. 유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 투표 과반수가 찬성하면 김 지사는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반면 투표자가 유권자의 3분의1에 못 미치면 소환청구는 무효가 된다.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제주 보훈단체와 관광·건설 업계 등으로 구성된 ‘해군기지 건설 범도민협의회’는 “합리적 절차를 거쳐 결정한 사안에 대해 소환운동을 벌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제주대 등 도내 5개 대학 총학생회은 “더 이상의 갈등과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며, 제주도연합청년회는 “국책사업 추진이 일부 단체 의견과 상반된다는 이유로 주민소환이 이뤄지면 누가 소신을 갖고 일하겠는가”며 각각 반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우리 사회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제주 해군기지 사업은


2007년 국방부가 제주도에 기지 조성 협조를 공식 요청해 사업이 시작됐다.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 옆 강정포구 동쪽 52만㎡(공유수면 매립 20만㎡)에 해군 부두 1950m, 크루즈 선박 방파제·부두 1490m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함정 20여 척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다. 한반도 남방의 전략기동함대 성격의 기지다. 군과 가족 7500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숙소 등 부속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해군시설 외에 크루즈 선박 계류시설과 터미널을 갖춘 함상공원도 조성한다. 올해 초 해녀들에 대한 어업권 보상금이 지급됐고, 이달 말 토지와 선박어업권 보상이 이뤄진다. 본격적인 해군기지 착공은 12월로 예정돼 있다. 완공 목표 시점인 2014년까지 총사업비 1조71억원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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