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Chef Battle] 정식당 임정식 셰프 vs 최현석 셰프 테이스티블루바드

배틀 규칙

-과제로 나온 재료로 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 코스를 만든다. -세 가지 요리를 모두 90분 안에 끝낸다.

-도전 셰프는 두 명까지 보조 셰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테이스티블루바드 최현석 셰프
무술 하고 싶었던 그, 강력한 양파향으로 후각 공략


먹어보지 않아도 배가 부를 만큼 눈과 코가 즐거운 코스였다. 동시에 먹어보지 않으면 도무지 그 맛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독창적인 요리였다. 다양한 식감과 맛으로 변신을 이어가는 양파는 코스를 거듭할수록 진해지다 디저트에서 폭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글=김현명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제 요리는 한마디로 ‘정신질환요리’죠. 정신 나갔나 싶을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봐요.” 이탈리안 레스토랑 테이스티블루바드의 최현석(38·사진) 셰프의 말이다. 그의 시도는 거침이 없다. 2년 반 동안 그가 선보인 창작요리만 600점이 넘는다. 그는 자신의 창작 원천이 만화책·요리방송·애니메이션·웹서핑 등이라고 했다.

“TV다큐멘터리에서 어부들이 배 위에서 잡고기로 물회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석류까르파치오’를 만들었어요. 석류드레싱에 회를 말아 물회처럼 낸 요리죠.” 그의 요리는 늘 예상을 뒤엎는다. 튀김인 줄 알고 입안에 넣으면 부드러운 전복죽이 나오고, 파스타가 초밥 모양을, 샐러리가 두부김치 모양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팬 카페가 있을 만큼 미식가 사이에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그이지만 처음부터 요리사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쿵후를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 소개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쿠치나’에 들어가면서 김형규 셰프님을 만나 인생을 바꿨어요.”

그는 스승에게서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음식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배웠다. 오너에 따라 요리가 좌지우지되는 레스토랑 환경에 염증을 느껴 요리를 그만두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 테이스티블루바드 오너의 ‘착한 사람이 잘되는 걸 한번 보여주자’는 말에 넘어가 함께 일을 시작했다. “요리는 문화예요. 셰프를, 문화를 이끄는 트랜드세터로 인정해 주어야 식문화도 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테이스티블루바드 서울 신사동 643-2 / 02-6080-3332 / 연중무휴(설·추석 당일 제외)



애피타이저
네 가지 식감의 양파와 바닷가재


양파와 바닷가재로 서로 다른 맛과 질감의 네 가지 애피타이저를 선보였다. 꿀과 레몬즙, 라즈베리 식초를 넣은 상큼한 양파즙을 젤리로 만들어 바닷가재로 속을 채운 젤리라비올리, 양파를 거품으로 만들어 올린 타르타르, 분자요리 기법을 이용해 양파즙을 계란노른자처럼 만든 바닷가재 그릴, 우주선 모양의 양파튀일 돔이 그것이다. 시각적인 궁금증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메뉴였다.



메인
시트지로 감싸 오븐에 구운 양파와 광어찜


메인은 후각을 공략했다. 향에 취해 먹는 요리라 할 수 있다. 먼저 구운 양파를 시트지에 깔고 그 위에 광어를 올린 후 엔초비와 올리브, 양파를 올려 오븐에 굽는다. 밀봉을 한 시트지 안에 가득 찬 양파·올리브·엔초비의 풍미가 모두 광어 살에 배어든다. 먹기 직전 테이블 위에서 시트지를 개봉해 주는데 이때 올라오는 향이 메인 요리의 백미다.



디저트
양파수플레


식후 입안에 남는 냄새 때문에 양파는 디저트로 꽤나 부담스러운 재료다. 하지만 최 셰프는 양파향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과감하게 드러냈다. 양파 분말을 이용해 수플레를 만들고 여기에 양파 앙글레즈 소스를 곁들였다. 봉긋하게 부푼 수플레의 속을 갈라 따뜻하게 데워진 앙글레즈 소스를 부어 먹으면 양파 수프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다. 양파향이 달콤한 수플레에 녹아들어 거부감이 없다.

정식당 임정식 셰프
취사병으로 출발한 그, 부드러운 삼겹살로 촉각 공략


양파를 철저히 숨겼다. 접시를 보고도 어디에 있는지 한참 찾을 정도다. 말리고, 갈고, 다지며 완벽한 조연을 만들었다. 양파의 강한 향은 사라지고 단맛만 남게 했다.

한 접시에 보통 대여섯 가지 식재를 쓰면서도 하나같이 겉돌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푸아그라와 삼겹살, 아이스크림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양식과 한식의 경계를 허무는 화려한 변주였다.

이도은 기자

임정식(31·사진) 셰프는 유명 독립 셰프들 사이에서 ‘압구정 아이돌’로 불린다.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에다 메뉴까지 꼭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정식당’을 열었고, 이곳은 곧바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왜 한정식이냐고요? 프렌치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많지만 이런 한식당은 없잖아요.”

메뉴는 점심·저녁 코스 한 가지씩밖에 없다. 음식 이름도 ‘신사동 미역 빠에야’ ‘천궁 삼계탕’ 등 장난기가 넘친다. 그는 ‘New Korean(새로운 한식)’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독특한 한식을 선보여 왔다. ‘머루를 넣어 만든 푸아그라 무스’ ‘명이나물에 싸먹는 돼지보쌈’ ‘당귀 아이스크림’ 등 이름만으로도 동서양의 맛 조합이 궁금해지는 메뉴들이다.

“한식의 세계화니 퓨전 한식이니 그런 거창한 말을 붙일 필요가 있나요. 그냥 말 그대로 제가 개발한 새로운 요리일 뿐이죠.”

그는 군대에서 취사병이었다. 이를 계기로 음식에서 길을 찾기 위해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세계의 유명 레스토랑을 돌며 미식 여행을 다녔다.

“세계 여러 곳을 다녔지만 우리나라처럼 음식이 다양한 곳은 드물어요. 한식만큼 무한대로 도전할 수 있는 영역도 없어요.”

그는 내년엔 뉴욕에 정식당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새로운 한식’이 뭔지 이번엔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정식당 서울 신사동 567-28 / 02-517-4654 / 일요일 저녁, 월요일 휴무



애피타이저
푸아그라무스와 말린 양파


부드럽고 녹진한 푸아그라 무스와 바삭하게 말린 양파의 식감이 대조된다. 무스만으로 기름지고 텁텁할 수 있는 입안을 가볍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 말린 양파는 흑설탕을 뿌려 오븐에 구운 뒤 10시간 이상 말린 것. 마치 시나몬 파우더 같아 장식용으로도 좋다. 양파 위에는 피스타치오 가루를 듬뿍 뿌려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초록색 산뜻함을 더했다.



메인
돼지삼겹살 보쌈과 양파 장아찌


한 접시에 다양한 맛을 동시에 담았다. 돼지고기의 촉촉함, 매시드 포테이토의 부드러움, 양파 장아찌의 새콤함이 어우러진다. 특히 삼겹살은 저온에서 장시간 익혀 내는 조리법으로 만들어 육질을 최대한 부드럽게 살렸다. 퓨레처럼 곱게 갈아낸 양파 장아찌는 매시드 포테이토와 어우러지며 양식·한식 소스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디저트
양파 타르트와 양파 아이스크림


뜨거운 양파와 차가운 양파가 동시에 만났다. 양파와 사과를 넣은 커스터드 크림으로 타르트를 만들고, 볶은 양파를 잘게 다져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에 숨겼다. 타르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설탕으로 만든 가니시를 얹었다. 접시에 장식한 발사믹 식초와 초콜릿을 섞은 소스, 과일 퓨레, 사워 크림이 단맛에 새콤함을 더한다.


WIN 최현석 셰프 바닷가재서 광어로 이어지는 조화

맛 평가단 심사


맛의 우열은 가리기 힘들었다. 양파가 조연이냐 주연이냐의 차이였다. 임정식 셰프는 철저하게 다른 식재와의 조화를 생각했고, 최현석 셰프는 양파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려 애썼다. 대결은 팽팽했지만 주제에 충실했던 최 셰프 쪽이 최종 승자가 됐다.

애피타이저 임 셰프가 내놓은 부드러운 푸아그라와 말린 양파에 칭찬이 쏟아졌다. 한 입에 감기는 맛이 완벽했고, 딸기와 피스타치오의 ‘조연’까지 딱 적당했다는 평가였다. 최 셰프의 요리는 바닷가재와 양파로 네 가지 식감을 다룬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먹기 전부터 시각적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킨 것도 감동적이었다.

메인 최 셰프의 ‘오븐에 구운 양파와 광어’는 양파 본래의 모양·맛·향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양파에서 나오는 수분이 광어에 잘 스며들어 ‘양파의 존재 이유’가 충분히 느껴졌다. 소금 대신 엔초비와 올리브 절임을 이용해 간을 한 것도 깔끔했다. 임 셰프의 요리는 삼겹살 특유의 비릿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양파 장아찌를 소스 형태로 만들거나 감자 퓨레를 한식과 접목시킨 것도 참신했다. 다만 함께 올린 고추 장아찌의 맛이 진해 양파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디저트 양파 맛을 극대화시킨 최 셰프 쪽으로 기울었다. 디저트의 대명사인 수플레와 양파라는 의외의 식재를 잘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안에 향이 오래 남아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조화롭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 셰프의 양파 아이스크림은 양파가 아이스크림의 소재로 사용될 때 얼마나 맛이 있는지를 일깨워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하게 감도는 향이 일품이었다.

코스의 조화 바닷가재에서 광어로 이어지는 최 셰프 쪽이 더 자연스러웠다는 평가였다. 반면 푸아그라와 삼겹살은 각각은 훌륭하지만 느끼한 소재가 잇따라 나와 코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게 감점 요인이 됐다.

맛 평가단

●박재은 요리사·칼럼니스트로 『레드쿡 다이어리』 『레드 캣 오픈키친』 등 요리 관련 TV 프로를 진행했다. 『육감유혹』 『밥시』 등을 썼다.

●백지원 세계음식 연구가로 음식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모락모락 밥 한 그릇』 『배우고 싶은 동남아 요리 한 가지』 등을 펴냈다.

●신효섭 블로그 ‘블링블링 신군 쿠킹클래스(blog.naver.com/ssambear)’ 운영자. 동양매직쿠킹클래스·이마트 등에서 가정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최승주 요리연구가 겸 푸드스타일리스트. 『최승주와 박찬일의 이탈리아 요리』 『맛있는 도시락』 등을 썼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