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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건 거리투쟁 선동정치

한국의 민주주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어제는 6·10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민주화를 이룬 지 22년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착실히 발전해온 민주주의가 이념의 편견에 사로잡힌 세력들 때문에 제 궤도를 잃고 있다. 자기 주장만 할 뿐 민주적 절차와 승복의 원칙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일부 교수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릴레이식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회를 보는 시각이야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게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른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렴하고 절충하는 절차이기에 민주주의가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은 합리적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 좌우 편 가르기의 진영싸움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세하고 있는 일부 법조인이나 문인, 종교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회적 갈등을 제도권 내로 수렴해 풀어가야 할 책임이 있는 제1야당마저 여기에 편승하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핵심인 국회 문은 닫아걸고 거리로 뛰쳐나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그때마다 국회를 버리고, 거리에서 다중의 힘을 동원해 해결하겠다고 떼를 쓴다면 민주적 절차와 가치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근거로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든다. 민주주의는 정당마다 자기 정책을 내걸고 투표로 심판받는 것이다. 집권당의 정책에 반대할 수 있다. 국회도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 정책을 등원의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고,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도 한다. 정부의 일부 판단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우리도 지적해왔다. 그러나 그것이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에 나서는 명분이 될 순 없다.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보다 갑절이나 더 많게 집회를 불허하지 않았는가. 민주당 정권은 국세청을 내세워 중앙일보 등 유력지에 칼을 들이댔다. 정부 돈을 받는 ‘황위병’들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설쳤다. 지금 어느 구석을 보아도 그때보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됐다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혐의가 드러나자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장한 것이 바로 민주당이다. 병풍사건, 언론사 세무조사 등 정치적 사건 때마다 수사 정보를 흘리며 인민재판을 유도했던 그들이 수사 정보 유출만을 들어 정치적 타살로 몰아가는 건 지나치다. 앞으로도 퇴임한 대통령의 경우 비리가 있더라도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저항권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서울광장을 점거하고,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외쳐야 할 만큼 민주당이 할 일은 다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민생법안 처리는 외면한 채 추모 정서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얄팍한 행동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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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