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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발전 위해선 대규모 자본 참여 필요”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0㎏이다. 쇠고기와 닭고기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나 국내 양돈 산업의 경쟁력은 높지 않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자본의 진입이 적고 영세한 양돈 농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21만t 등 매년 많은 양의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이유다.

칠레의 축산기업인 아그로수퍼의 볼프강 페랄타 이사는 “표준화·수직계열화를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축산업 진흥 세미나에서 칠레 돼지고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방한한 칠레 아그로수퍼의 볼프강 페랄타(49) 이사는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아그로수퍼는 1955년 작은 농장에서 출발, 현재 남미 최대 규모로 성장한 칠레의 농축수산 기업. 칠레 수도 산티아고 교외에 본부를 둔 이 회사는 1만4000명의 직원이 있으며 연 매출이 1조6000억원이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외에 와인 등도 생산한다. 우리나라가 해마다 수입하는 돼지고기의 10~15%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페랄타 이사는 “칠레의 축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해 표준화와 수직계열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돈육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육할 돼지의 선정에서부터 사육·도살·가공 단계까지 세심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아그로수퍼는 돈사의 습도·온도는 물론 사료량·수송차량까지 세심하게 매뉴얼화했다. 또 사료의 생산부터 사육·도축·가공·유통에 이르는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쓰는 사료는 스스로 만든다. 원료가 되는 옥수수가 유전자 변이를 했는지, 질병이 있는지 등을 검사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사료 트럭이 농장에 들어가 병균을 옮기는 일이 없도록 농장 밖에 설치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사료를 공급할 정도다. 페랄타 이사는 “이런 과정을 통해 품질과 가격은 물론이고 위생 관리 수준까지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물론 이런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 페랄타 이사는 “우리 회사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한 계기는 역설적으로 80년대 중남미를 뒤흔든 경제위기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아그로수퍼의 매출액도 절반 이하로 줄자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생존을 위한 표준화와 수직계열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대기업의 농축산업 분야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가 있다고 기자가 설명하자 그는 “대기업의 참여가 농민들에게는 반감을 줄 수 있지만, 일자리 제공과 지역 사회 기여 등의 순기능이 부각된다면 이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는 인구 1600여만 명에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만5000달러가 안 되지만, 농축산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칠레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대규모 자본 참여를 위한 적절한 방법만 마련된다면 한국 축산도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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