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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공정위에 북적거리는 까닭은 …

요즘 서울 강남구 반포로 공정거래위원회 10층에 위치한 ‘조사실’에는 노랑머리 외국인들의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굳은 표정으로 들어가 영어로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각종 국제카르텔 사건에 당사자 또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러 온 외국인들이다.

한국의 공정위 등 주요국 공정거래 당국들이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국제카르텔에 대해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국제카르텔과’를 신설하는 등 외국 공정거래 당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국제카르텔 조사에 팔을 걷어붙였다.

<본지 6월 9일자 E1면>

통상 국제카르텔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은밀히 이뤄진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공정위가 적발한 마린호스(해양석유 운반 호스)의 가격 담합이다. 이들은 일본·영국·프랑스 등 6개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6개사 임원이 전 세계를 돌며 비밀리에 모임을 갖는다. 상세한 카르텔 규칙까지 정해 놓고, 사별 세계 시장 점유율 목표를 합의했다. 이들의 담합으로 국내 정유업체는 15% 이상 높은 가격에 상품을 구입해 수십억원의 손실을 봤다.

기계·전자부품·의약품 등이 거래되는 국제시장에는 이런 카르텔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큰 국내 산업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칼을 빼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현재 10건 정도의 국제카르텔을 조사 중이다. 반면 미국·유럽연합(EU) 등 해외 공정거래 당국은 칼을 휘두른 지 오래다. 공정위에 따르면 EU가 국제카르텔에 부과한 과징금은 2003년 1억3800만 유로에서 2007년 20억400만 유로로 15배가량 늘었다. 미국 법무부(DOJ)도 올해 부과한 과징금만 10억 달러가 넘는다.

이처럼 각국이 국제카르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공적’으로 불리는 담합으로 자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살펴보면 내막은 복잡하다. DOJ가 지난해 카르텔 제재를 통해 거둬들인 벌금이 10억 달러가 넘는데, 미국 기업이 아니라 대부분 아시아·유럽 기업들이 대상이었다. 특히 역대 과징금 부과 상위 10개사 가운데 4개사가 우리나라 기업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도입으로 국가 간 무역장벽이 무너지면서 각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공정거래 당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 역시 해외에서 행한 불공정 행위라도 중국에 영향을 미치면 처벌할 수 있다는 이른바 ‘역외조항’을 명시하는 등 광범위한 제재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각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 심영섭 선임연구위원은 “거액의 벌금 외에도 관련 직원들에 대한 징역형, 소비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의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에서의 담합도 해외 경쟁기업이나 공정거래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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