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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박물관 1호 보물 ⑮ 고판화박물관 ‘오륜행실도’

일본식 화로 상자로 변형된 ‘오륜행실도’ 목판. 서울 왕십리의 일제시대 가옥에서 발견된 뒤 고미술상에게 넘어간 것을 입수했다. 크기 30.2×30.2×24.0㎝. [고판화박물관 제공]
조선 왕실에선 행실도를 찍어내 백성들에게 충·효·예를 가르쳤습니다. 삼강행실도·이륜행실도·속삼강행실도·동국신속삼강행실도·오륜행실도 등은 조선의 윤리 교과서였죠. 조선 인쇄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행실도류 원판 중 유일하게 전해지는 것이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한 오륜행실도 목판입니다.

오륜행실도는 정조 21년(1797) 편찬됐으나 화재로 소실돼 철종 10년(1859) 복각했습니다. 조선후기 화원으로 유명했던 단원 김홍도(1745~?)의 삽화와 ‘오륜체’라 불리는 빼어난 한글서체가 특징입니다. ‘오륜체’는 오늘날의 명조체 폰트의 시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목판의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일본식 사각화로인 ‘이로리’를 담는 장식용 상자로 변형되었기 때문입니다.

양면으로 새겨진 목판의 가운데를 톱으로 잘라 두 쪽으로 나누고, 부채문양의 손잡이 구멍을 내놓았습니다. 목함 내부에는 동판으로 씌운 상자가 있습니다. 그 안에 화로를 넣고 주전자를 올려 차를 끓여먹었던 것이지요. 왕실유물이 식민 지배자의 집안 장식용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당시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런 ‘리폼’이 유행이었던 모양입니다. 고판화박물관은 이 밖에도 화로상자로 개조된 한석봉천자문·자치통감 목판, 분첩으로 바뀐 유충열전 한글소설 목판 등을 수집해 공개한 바 있습니다.

문화재 수난사를 몸으로 보여주는 오륜행실도 목판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전해지는 행실도 판본이건만, 훼손이 심하다는 까닭에 보물로 지정받지 못했답니다.

이경희 기자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www.gopanhwa.or.kr)=국내 유일의 판화박물관. 한국·중국·일본·티베트·몽골·네팔 등 아시아 고판화 3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입장료 3000원. 033-761-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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