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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영화 감독 델 토로, 첫 소설 『스트레인』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과 그의 지인들이 내기를 했다. 우리 중 누가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쓰나. 19세기 영국 고딕문학의 문제작 두편이 이렇게 탄생했다. 하나가 『뱀파이어』 (존 폴리도리, 1819), 다른 하나가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1818)이다. 그리고 근 200년 만에 두 작품의 21세기 변주곡이 한 사람 손에서 쓰여지고 있다.

[사진=캐롤리나 웹(Karolina Webb)]
‘판의 미로’ ‘블레이드2’ 등 감각적이고 기묘한 판타지 영화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45·사진)가 첫 소설을 펴냈다. 미국의 주목 받는 범죄소설가 척 호건과 공동 집필한 뱀파이어 장편물 『스트레인(The Strain』이다. 델 토로 감독은 소설 집필 중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계약해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리메이크도 진행 중이다.

세계 100여 곳 언론사에서 인터뷰가 쇄도한 가운데 국내에선 유일하게 본지와 지난 6일 오전(한국시간) 전화로 만났다. 『스트레인』의 번역본은 11일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지하괴물의 도시 같은 뉴욕=3부작의 첫 편인 소설은 현대 뉴욕에 잠입한 뱀파이어의 근원을 쫓는 판타지 추리물이다. 심리·역사·범죄가 혼합된 이 소설에서 뱀파이어가 된 인간은 살아 있을 때 사랑하던 사람을 찾아가 ‘감염’시킨다.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와 현대 맨해튼을 교차하는 ‘CSI’ 풍의 전개도 흥미롭다. 델 토로 감독은 “뱀파이어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상징적인 소재”라며 “영화 데뷔작 ‘크로노스’(1993)와 할리우드에서 만든 ‘블레이드2’(2002) 때부터 뱀파이어 자료를 모았다”고 밝혔다. “소설 구상은 4년 전에 시작했고, 3년 전 척 호건과 손 잡았어요. 제가 스토리 얼개를 짜고 호건이 캐릭터를 구체화한 뒤 서로 번갈아 쓰고 교정했죠.”

JFK 공항의 폐쇄로 시작해 뉴욕 시민의 공포를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은 9.11 테러를 연상시킨다. 델 토로 감독은 “뱀파이어 소설이지만 현실감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뉴욕에 처음 여행 왔을 때 빌딩 첨탑이 고딕 성 같다고 느꼈죠. 미로 같은 지하철에 괴물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9.11 테러는 현대의 비극입니다. 그 비극의 컨텍스트를 2·3편에 접목해 탐구할 거예요.”

◆한국 영화 즐겨 봐=데뷔작 ‘크로노스’로 1993년 칸 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주목 받은 델 토로 감독은 ‘헬보이’ ‘판의 미로’ 등 철학과 오락이 가미된 판타지물을 선보여왔다. 차기작은 ‘반지의 제왕’ 프리퀄(후속작이지만 시기적으로 앞선 이야기)인 ‘호비트’.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내년 3월에 크랭크인해 2011년 개봉한다”고 전했다.

같은 뱀파이어물인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관해 묻자 반가운 목소리로 “칸 영화제 수상(심사위원상)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박찬욱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등을 다 봤어요. 한국 영화를 좋아해요. ‘살인의 추억’ ‘괴물’ ‘플란다스의 개’ ‘실미도’ 등등이요.”

작품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달리 “작품 쓸 때 단 것(sugar)과 디저트를 입에 달고 산다”는 귀여운(?) 고백을 했다. “소설에서 뱀파이어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공격하고 감염시킨다. 당신이 뱀파이어가 되면, 누가 위험에 처할까”라고 물었을 때, 웃음 섞인 그의 답은 “케이크 또는 쿠키”였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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