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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를 읽고] 북 핵실험 목표는 김정일 가문의 정치적 생존

1994년,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을 통일부에 제출한 적이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핵을 보유한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점은 아쉽다. 중앙일보 5월 26일자 8면 ‘국내 전문가들 분석’은 북한의 핵실험 의도를 협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협상력 강화는 부수적 목표일 뿐이다. 스탈린의 동상이 밧줄에 끌려 넘어지고 루마니아의 철권통치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죽음을 목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제회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 왕가의 정치적 생존이다. 따라서 핵은 북한이 끝까지 움켜쥐고 갈 생존의 마지막 보루다. 핵실험과 펑펑 쏘아 대는 미사일은 옛 소련의 해체와 함께 사라진 핵우산의 공백을 메우고 군부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권력승계의 정통성을 배가하는 일석삼조의 생존수단이다.

우리는 우리 시각으로만 북한을 보아 왔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왜 국민장 기간 중에 굳이 핵실험을 했을까, 경제지원을 해준다는데 왜 핵을 포기하지 않을까, 북한에 이런 건 의문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전에 조전을 보냈지만 사생결단의 각오로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북한의 주된 관심사는 남한이 아니다. 핵 포기의 대가로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제안은 사세가 기울어 가는 기업에 공적 자금을 제공할 테니 사주의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들릴 것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핵실험을 한 지금으로선 경제지원 중단이나 말뿐인 결의안은 아무 효과도 없다는 점이다. 강경정책이든 온건정책이든 경제적 접근보다는 김정일의 최고 관심사인 김 왕가의 정치적 생존에 포커스를 맞춘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용호 연세대 교수 북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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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