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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까지 가담한 경제 봉쇄 땐 북, 핵 포기 안 할 수 없어”

만난 사람 = 김영희 대기자

동영상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논의, 그리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3남 정운의 후계이양설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속에 남북, 북·미 관계의 해법을 모색해 보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김영희 대기자가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右)자택을 찾아 북한 핵실험·미사일 발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지난 4일 동교동 자택에서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와 마주한 김 전 대통령은 다소 수척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대화가 무르익자 이내 활기를 되찾았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손을 들어 제스처를 취할 때는 현역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옛날만큼 독서를 많이 못하지만 신문은 꼭 읽는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하루 1분이라도 신문을 읽으라. 제목이라도 훑어보면 무슨 얘긴지 알 수 있으니 신문을 꼭 읽으라고 권한다”는 말도 했다. 인터뷰가 시작될 무렵 “어려운 질문 말고 쉬운 질문만 하세요”라고 농담을 던져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부인 이희호 여사도 자리를 같이했다. 김 전 대통령의 손을 꼭 잡은 채 들어온 이 여사는 1시간 넘게 계속된 인터뷰 내내 자리를 뜨지 않고 광경을 지켜봤다.


-북한의 대남 도발이 일촉즉발 상황인데 서해안에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가능성이 있지요. 저쪽에서도 (남한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면 선전포고로 인정한다고 했으니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쓸 능력이 없고 재래식 무기는 전부 노후화됐고…. 미군이 있으니 지상전까지 전선을 확대시키진 않을 겁니다.”

-북한이 뭘 노리고 그런 도발을 할까요.

“하나는 겁이 난 거고, 하나는 배신감이에요.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중동·이란, 심지어 쿠바와도 대화하자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문제를 일으키면 미국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당할 바에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죠. 물론 북한이 마음으로 바라는 것은 미국 하고 대화해 푸는 것이지요.”

-아직도 대화를 바랄까요.

“아직도가 아니라 영원히지요. 미국하고 관계개선 하지 않으면 북한은 해나갈 힘이 없어요. 더구나 중국까지 화를 내 북한에 대해서 강하게 대하니까요. (지난달) 중국에 가서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만났는데 중국 지도자들의 일관된 이야기는 ‘북핵은 절대 안 된다’는 거예요. 중국이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제대로 화를 냈고 그 표시를 했어요.”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이 나빠지니 후계 문제를 생각해야 하고, 그러자니 군의 지지를 받아야 되는데 군은 핵무기를 힘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군에는 핵을 주고 대신 후사를 부탁하려는, 대내적 요인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십니까.

“일리가 있어요. 가장 큰 것은 ‘봐라. 우리가 이렇게 해도 미국이 꼼짝 못하지 않느냐’는 선전용·민심용이지요. 또 하나는 후계자 문젭니다. 김 위원장이 사고(유고) 나기 전에 미국하고 평화냐, 결전이냐를 결말지어야 하는데 미국이 딴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김 위원장으로선 급한 거예요.”

-공식 핵보유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개국(P5)입니다. 북한은 여섯 번째 멤버로 들어가 핵군축을 하자고 하려는 심증이 가는데요. 초등학생이 대학생들 노는 동아리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인데 이런 북한의 꿈이 실현되겠습니까.

“안 되죠.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도 핵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이 핵국가로서 같이할 수 있습니까. 또 하나는 중국이 핵 계획에 반대해요. 만일 북한이 핵을 가지면 남한에서도 핵주권 이야기가 나오고 일본도 핵무장 얘기가 나오지 않겠어요. 대만에 천수이볜 같은 사람이 나오면 (핵무장) 소리 할 거예요. 잘못하면 동북아 일대가 핵 지뢰밭이 돼요. 그 둑이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그건 중국 안보의 중대한 문제예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에 대해 우리 쪽도 강하게 나가고 있어요. 이런 대응의 수준은 괜찮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과 핵무기는 안 돼요. 15~16년 전 유엔군 사령부가 추정한 것을 보면, 전쟁이 나면 24시간 내에 서울 지역에서 150만 명이 죽거나 다쳐요. 또 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데 그걸 때려부수면 피해가 엄청나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약속을 지켜야 돼요. 정부는 6·15 선언이나 10·4 합의를 지킨다, 안 지킨다 말을 안 해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은 비핵하고 개방하면 (북한을) 도와준다는 건데 그건 부시 대통령이 하던 소리 아닙니까. 그것 때문에 (북한이) 부시하고 다퉜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 해서 되겠습니까.”

-6·15, 10·4를 인정하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에서 우리가 취한 조치를 조정하면 개선될 여지가 있나요.

“금강산 관광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중단시켰어요. 개성공단은 원래 35만 명의 노동력을 쓴다고 했는데 지금 4만~5만 명이에요. 개성 아닌 딴 데서 (사람을) 데려오려면 숙소가 있어야 하는데, 숙소를 우리가 지어주기로 약속했어요. 이걸 안 지어 주고 있어요. 6·15와 10·4를 지키느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문제, 개성공단에 숙소 지어주는 문제를 하겠다고 하면 남북 간에도 대화가 된다고 봅니다.”

-비핵·개방 3000이 부시 정책과 같은 것인가요.

“부시가 핵을 포기해라. 그러면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하면 동시에 했지 왜 우리가 먼저 하느냐’는 입장이거든요.”

-지난해 7월 국회 개원연설 때 이명박 대통령이 6·15와 10·4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그것으론 미흡합니까.

“분명히 지킨다고 해야지 애매하게 하면 안 됩니다. 나도 이 대통령 말이 진짜로 6·15, 10·4를 한다는 이야기냐, 고뇌한다는 이야기냐 하는 걸 잘 모르겠어요.”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요.

“북한은 핵 포기 안 할 수 없어요. 중국까지 가담해서 본격적으로 경제 봉쇄를 하면 북한이 못 견뎌요. …북한은 (1994년) 제네바협정으로 이미 한 번 핵 포기를 했어요. 그것을 부시가 뒤집어 놓은 거예요. 경수로 중단시키고 기름·식량도 안 주고 국교 정상화도 안 하고 ‘악의 축’으로 몰았거든요. 그래서 문제가 악화된 거예요. 그러다 다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합의가 됐잖아요. 그대로만 하면 돼요. …오바마 대통령이 찬스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엊그제 북한 갔다 온 사람에게 들으니까, 보위부 사람 얘기가 자기들도 오바마에 굉장히 기대했는데 두고 보니 부시 하고 똑같은 사람이라면서 굉장한 거부감을 보였답니다.”

-제네바합의가 이뤄질 때는 북한이 핵실험을 안 한 상태였죠.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은 부시 정부 때지만 기대했던 오바마 정부가 들어왔는데 또 핵실 험을 했습니다. 북한이 설사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핵이 자꾸 쌓이면 핵에 대한 군부의 집착도 있고 해서 핵 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핵만 가지고 어떻게 살아 나갑니까. 백성들 밥 먹여줄 수도 없고 집 지어줄 수도 없는데. 북한의 진짜 목표는 미국과 국교 정상화하고 국제사회에 나가고, 일본 하고 국교정상화해서 100억 달러 넘는 보상금 받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데서 돈 빌려 경제적으로 진짜 강성대국을 만드는 거예요. 한마디로 말해 북한은 미국이 안전보장 해주고 국교 정상화해 국제사회에 나가게 해주면 핵 포기합니다.”

-유엔 안보리가 2006년의 대북제재 1718호보다 훨씬 강화된 금융제재를 하려 합니다. 이런 강경한 제재가 필요합니까.

“무슨 제재가 됐건 이번에는 중국까지 참가해서 제재는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북한에 다시 얼굴 댈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는 안 하겠지만 북한으로선 뼈아픈 제재를 할 것입니다.”

-대북제재에 중국이 적극 참여할까요.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감정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중국이) 북한과의 사이를 깨진 않을 것이고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롤(역할)을 중지하지 않을 걸로 봅니다. 중국은 북한이 앞으로 무모한 짓을 안 한다는 약속을 받는 방향에서 문제를 수습해 6자회담을 다시 열지 않겠는가 봅니다.”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이 높습니다. 실패했다는 대표적인 근거가 핵실험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햇볕정책이 어느 부분에서 성공했고, 실패했다면 어느 부분에서 실패했습니까.

“북한이 남한이 화나게 해서 핵실험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한 게 아니에요. 미국이 자기를 안 알아주고 약속을 안 지키니까 미국 때문에 하는 건데 그것이 왜 햇볕정책하고 관계가 있습니까. (햇볕정책으로) 10년 동안 얼마나 긴장이 완화됐어요. 남한에 대해 원수같이 생각하던 북한 사람들도 우리에게 고맙다고 하고, 비공식적으로 남한의 대중가요를 부르고, 남한의 영화와 TV를 보거든요. (북한에) 주기만 했다는데 우리가 북한 영토 두 군데에 들어갔어요. 동해안 관광지에서는 북한이 돈 벌게 하고 개성공단에선 우리가 돈 벌게 했는데 이쪽 이점이 훨씬 커요. 이해관계로 봐서도 손해 본 것이 없습니다.”

-6·15, 10·4와 비핵·개방 3000이 접점을 찾을 여지는 없습니까.

“그건 접점이 안 되지요. 왜냐하면 북한이 비핵·개방 3000을 모욕으로 생각해요. 부시가 자기들을 죽이려고 했을 때와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타협이 되겠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 3000을 제쳐 놓고 6·15선언과 10·4 합의만 가지고 가는 게 정치적으로 가능합니까.

“그 외에 해결책이 없고 결국 전쟁으로 몰고 가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산업이 모두 파괴된다면 당연히 다시 생각해야죠. 이 대통령이 후보 때 여기 와서 대북정책에 대해 네 번, 다섯 번 ‘나 하고 같다’고 얘기했어요.”

-만약 이 대통령이 북한 한 번 다녀와 달라고 하면 프라이빗 채널을 이용해서 가실 의향은 있으십니까.

“프라이빗 채널이 없어요. 또 6·15와 10·4를 실천하겠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누가 가더라도 빈손으로 돌아와요. (특사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가야 돼요. 난 적임자가 아니에요.”

-2000년 정상회담 때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까지 김정일 위원장과 두 분이 40여 분간 동승했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습니까.

“(대화가) 없었어요. (김 위원장이) ‘저 사람들 모두 대통령보고 나온 사람들이다’는 말밖에 없었어요. 양쪽에서 수십만 명이 막 꽃을 흔들면서 큰 소리를 하니까 말 할 수가 없어요. 또 나도 김 위원장도 손을 흔들어줘야 하니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김정운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는데, 만약 북한이 핵을 갖게 된다면 26세짜리(정부 자료는 25세)가 핵 버튼을 갖게 되는 것인데요.

“스물여섯에 (통치자가) 되면 혼자서 그렇게 할 힘이 없을 겁니다. 간접적으로 듣기엔 중국이 그런 일이 없도록 북한 군부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 봅디다. 중국은 김 위원장한테 유고가 생겨도 북한 군부와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데 자신을 보이고 있어요.”

-가을쯤(10월) 되면 북·미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반은 추측이고, 반은 미국과 중국 관계자를 만나 본 내 인상이에요.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냉각기가 생기고, 냉각기가 지나면 대화를 시작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딴 길이 없어요. 미국이 북한 하고 전쟁할 처지도 못 되고 미국의 경제제재론 북한이 굴복 안 하고, 중국이 (북한에) 붙어야 하는데 중국이 그건 못 하겠다고 하고, 북한도 저렇게 버티면 중국과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되니까 결국 때가 오면 대화를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달 방한했던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는데요.

“클린턴도 이 문제를 굉장히 낙관하고 있어요. 내 생각에 공감하고 내가 한 이야기를 오바마와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전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임장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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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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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