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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몽헌 회장의 꿈’ 개봉 10년 뒤로 미뤄진 까닭은 …

1999년 5월 25일 현대건설 창립 52주년을 맞아 현대 계동사옥에서 열린 타임캡슐 봉인식에 참석한 고(故) 정몽헌 당시 현대건설 회장(中)과 김윤규 당시 사장(右)이 캡슐 봉인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건설은 창립 62주년 기념일인 25일 10년 전 본사 앞에 묻어뒀던 타임캡슐을 열기로 했으나 이 행사를 취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가 처한 환경 등을 고려해 지금보다는 10년 더 있다가 여는 것이 낫다고 최고경영진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타임캡슐은 10년 전인 1999년 5월 25일 창립 52주년 행사 때 현대건설의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이 제안해 만들어졌다. 당시 정 전 회장은 “10년 뒤 다 같이 열어 꿈이 실현됐는지 각자 확인해 보자”고 말했다. 이 캡슐은 현대 서울 계동사옥 본관과 별관 사이에 있다.

타임캡슐 모양은 창업자인 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상징하는 송아지, 금강산 관광을 뜻하는 금강산,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한반도 등이 검토됐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로고인 삼각형을 본뜬 피라미드 모양으로 최종 결정됐다.

당시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등 임직원 4500여 명은 각자 ‘꿈의 계획서’를 써 캡슐 안에 넣었다. 현재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회장인 김 사장은 “10년 후에 현대건설이 세계 10대 기업에 들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썼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당시 정 회장은 사장이었던 나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꿈을 쓴 쪽지를 봉투에 넣고 타임캡슐을 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시 정 회장은 대북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때라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과 그 역할을 현대건설이 선도하겠다는 말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은 이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다 2001년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정 회장은 검찰의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2003년 8월 현대 계동 본사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54) 현대그룹 회장은 캡슐 개봉 연기 사실을 전해듣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는 “남편의 유지가 남아있을 수 있는데, 10년을 더 기다린다는 게 무척 아쉽다”고 지인에게 말했다고 한다. 현대건설은 현재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 회장은 그룹의 뿌리이면서 남편의 유지가 있는 기업이라며 이 회사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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